또 검찰에 불려나온 원세훈 “건설업자에게서 생일선물 받았다”

또 검찰에 불려나온 원세훈 “건설업자에게서 생일선물 받았다”

기사승인 2013-07-05 03:38:01


[쿠키 사회]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건설업자로부터 대가성 있는 현금 1억여원과 ‘선물’ 5000만원 등 1억5000만원 이상을 받은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서 11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퇴임 후 석 달 사이 세 번째 검찰 출석이며, 개인비리 수사로 소환되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에서 5일 새벽 1시17분쯤 나온 원 전 원장은 ‘금품수수 혐의를 인정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인정 안한다. 돈은 받은 적이 없다. (검찰에서) 사실대로 다 진술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업자로부터) 선물은 일부 받은 적 있다. 오랫동안 친분이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저도 (선물을) 주고받고 하는 사이”라면서 “생일선물 이런 건 받은 적이 있지만 돈 받은 적은 없었다”고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은 이어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승용차에 올라 검찰청사를 떠났다.

“최소 현금 1억+선물 5000만원”

원 전 원장 측은 당초 검찰 측에 ‘비공개 소환’을 강력히 요청했다. 언론 노출을 피해 검찰청사 지하주차장 등의 쪽문으로 출석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특별한 편의 제공은 없다. 알아서 들어오라”며 거절했다.

원 전 원장은 결국 오후 1시48분쯤 청사 현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양복을 입은 경호원 2∼3명이 붙었다. 그는 여러 취재진의 질문에 “아, 네”라고 별 의미 없는 말만 한 뒤 곧장 10층 특수1부 조사실로 향했다. 얼굴엔 미소까지 지어보였다. 그러나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그냥 들어가려다 취재진과 뒤엉키면서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은 오전 7시 이전에 자택을 나와 모처에서 변호인과 함께 조사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는 자정이 넘도록 계속됐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상대로 황보건설 대표 황모(62·구속)씨로부터 금품을 받고 공사 수주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황씨에게서 “원 전 원장 취임 이후인 2009년부터 4∼5차례에 걸쳐 현금 1억원가량을 전달하고, 순금과 명품 가방 등 5000만원 상당의 선물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황씨 주변 계좌추적을 통해 황씨가 돈을 줬다고 지목한 무렵에 뭉칫돈이 계좌에서 빠져나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가 돈을 건넬 때 구체적 청탁은 없었다 하더라도 ‘향후 도와 달라’는 ‘보험’ 성격이었다면 범죄구성 요건이 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수수액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은 일부 선물을 제외한 현금수수 혐의는 완강히 부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원 전 원장 진술 내용 등을 분석해 최종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권영해 이후 첫 개인비리 처벌 국정원장?

원 전 원장이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 내지 기소되면 국가 정보기관 수장 중 개인비리로 처벌받는 두 번째 사례가 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4년 11월 국가안전기획부장 특별사업비로 배정된 공금 중 10억원을 자신의 동생에게 제공한 혐의로 전 안기부장 권영해씨를 기소했다. 그 다음해 권씨는 이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그는 앞서 이른바 ‘북풍공작 사건’을 주도했다가 안기부법과 선거법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돼 1999년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미 국정원법,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는 원 전 원장은 여러모로 권씨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전웅빈 기자 blue51@kmib.co.kr



김지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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