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졌지만 멋지다” 한국 명승부 끝 4강행 무산

[U20 월드컵] “졌지만 멋지다” 한국 명승부 끝 4강행 무산

기사승인 2013-07-08 03: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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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스포츠] 어린 태극전사들의 투혼은 놀라웠다. 한 골 먹으면 곧바로 따라붙었고, 또 한 골 먹으면 또 곧바로 만회골을 뽑아냈다. 연장전 후반 막판 결정타를 맞았지만 또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냈다. 그러나 잔인한 승부차기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8일 새벽(한국시각) 터키 카이세리의 카디르 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1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전에서 3대 3으로 비긴 뒤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서 4대 5로 패했다.

‘이광종호’는 이라크를 잘 아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UAE서 열린 19세 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이라크와 두 차례 맞붙었다. 조별리그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결승전에선 0대1로 뒤지던 후반 추가시간 문창진(포항)의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결국 승부차기 끝에 한국은 승리를 거두고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탈환한 바 있다.

서로를 잘 아는 양 팀은 경기 초반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진영에서 공을 돌리며 기회를 엿봤다. 어린 태극전사들은 침착했다. 승리에 대한 욕심은 컸지만 중압감에 사로잡히진 않았다. 때로는 몰아치고, 때로는 숨을 고르며 승부의 순간을 즐겼다.

전반 20분 한국은 선제골을 내줬다. 공격수 김현이 프리킥 수비 상황에서 상대 선수를 손으로 잡고 쓰러뜨려 옐로카드를 받고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키커로 나선 이라크 수비수 파에즈가 슈팅을 날렸다. 골키퍼 이창근이 방향조차 잡지 못했다.

어이없이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4분 후 만회골을 뽑아냈다. 수비수 심상민이 이라크 진영 왼쪽 옆줄에서 프리킥처럼 긴 스로인을 던졌다. 공은 페널티지역에서 돌고래처럼 솟아오른 권창훈의 머리에 정확하게 연결됐다. 공은 몸을 날린 이라큰 골키퍼 하미드의 손에 맞은 뒤 오른쪽 구석 아래를 뚫었다.

추가골을 노리던 한국은 전반 41분 오히려 한 골을 더 내줬다. 이창근은 미드필더 콰심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날린 오른발 슈팅을 오른손으로 막아 냈다. 그러나 튕겨 나온 공을 차 넣은 샤코르까진 막지 못했다. 오프사이드 상황이 의심스러웠던 상황이라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문제는 전반 이라크에 슈팅을 8개나 허용한 허술한 수비진이었다. 한국은 전반 슈팅이 4개에 그쳤다.


한국이 1대2로 뒤진 채 시작된 후반. 한국은 4분 만에 세트피스 상황에서 동점골을 뽑아냈다. 김용환이 이라크 진영 오른쪽 코너킥 부근에서 프리킥을 얻어냈고, 미드필더 권창훈이 왼발로 공을 띄웠다. 그리고 전반 44분 교체 투입된 공격수 이광훈이 골문으로 뛰어들며 헤딩 슈팅한 것이 그대로 골이 됐다.

사상 첫 4강을 노리는 이라크는 2대2 동점골을 허용한 뒤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체력이 떨어져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진 못했다. 우리 선수들은 콜롬비아와의 16강전에서 연장 접전을 벌인 탓에 체력을 많이 소진했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며 이라크를 몰아붙였다.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고 후반이 끝날 때까지 골은 터지지 않았다.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연장 후반 12분 한국은 스로인 상황에서 결승골을 허용했다. 이라크 샤코르는 문전 혼전 과정에서 왼발로 한국 골문 왼쪽 아래로 공을 찔러 넣었다. 승부가 끝났다고 생각한 마지막 순간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연장 후반 14분 교체 투입된 정현철은 이라크 진영 오른쪽 중앙에서 골대 오른쪽 위를 향해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고, 공은 상대 수비수에 맞은 뒤 골망을 흔들었다.

승부는 결국 승부차기에서 갈렸다. 한국은 2번 키커 연제민의 슈팅이 골대 위를 넘어가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이라크의 3번 키커 아레바트가 실축해 2-2로 균형이 맞춰졌다. 양 팀의 4, 5번 키커가 모두 골을 넣어 결국 서든데스 승부가 펼쳐졌다. 한국의 6번 키커 이광훈이 찬 킥은 상대 골키퍼에 막힌 반면 이라크의 샤코르는 킥을 성공시켰다. 그렇게 명승부는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홍명보 감독은 국가 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One Team, One Spirit, One Goal(하나의 팀, 하나의 정신, 하나의 목표)’를 기치로 내걸었다. 그러나 ‘이광종호’는 이미 이를 실전에 적용하고 있었다. 이렇다 할 스타 선수 한 명 없지만 조직력으로 똘똘 뭉쳐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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