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lite]앵커 실언 '채널 A' 밉다고 돌팔매질, 외교문제 비화? 악의가 없었다

[전정희의 스몰토크 lite]앵커 실언 '채널 A' 밉다고 돌팔매질, 외교문제 비화? 악의가 없었다

기사승인 2013-07-09 17:17:01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lite] 아시아나항공기 사고와 관련한 종합편성채널 ‘채널 A’의 앵커 실수가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입니다.

중화(中華) 의식이 강한 중국 네티즌이 실언을 가지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기 때문이죠. 사고가 났던 지난 7일 채널 A 앵커가 한국인 희생자가 없자 “우리 입장에서 다행이라 할 수 있네요”라고 앵커답지 못한 실언을 했죠. 중국인 여학생 2명이 사망했는데 말이죠.

이 앵커의 실언이 후폭풍을 낳자 결국 채널A 유재홍 사장이 8일 주중 한국대사관이 운영하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중국인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것에 정식으로 사과한다. 두 명의 90년대생 학생이 숨진 가운데 앵커가 피해자 가족과 중국인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고 이런 언급을 한 것은 완전히 잘못된 경솔한 처사였다. 다만 앵커는 특정 국가 국민의 생명을 경시할 의도는 없었다. 해당 앵커가 자신의 잘못된 발언을 심각히 반성하고 있으며 다시는 이 같은 잘못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같은 사과에도 성토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인은 사자에 대한 존중을 모른다” “강변이지 사과가 아니다” 등등.

결국 우리나라 외교부가 진화에 나섰습니다. 9일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국내(언론)의 보도로 인해 논란이 있었다”며 채널A 앵커의 실언 논란을 간접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발언에 대해서는 해당 언론인 본인이 공개 방송에서 진정으로 사과한다고 했고 해당 언론사도 대표 명의로 사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중국 국민들이 이런 사과를 받아들여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조 대변인은 덧붙여 “저도 개인적으로 두 딸을 둔 아버지로 중국인 여학생 2명이 숨진 데 대해 참으로 비통한 심정”이라고 까지 얘기하며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나타냈죠.

분명 그날 앵커의 멘트는 악의 없는 실언입니다. ‘국가’ ‘민족’에 대한 사랑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와 ‘생명’에까지 ‘우리나라 민족’ ‘남의 나라 민족’을 구분한거죠.

채널 A는 최근 ‘광주민주화항쟁 북한 개입’ 논란 제공, ‘가수 장윤정 가족에 대한 분란 조장’ 등 연이은 ‘실축’으로 국민의 눈총을 사고 있습니다. 종편의 태생적 원죄까지 거들먹여야 할 판입니다.

해당 앵커는 분명 ‘실언’했습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한데 우리 네티즌이나 중국 네티즌 일부가 실언을 가지고 뭔가 부풀리는 듯한 인상입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경부, 경의선 철도공사를 하면서 철도공사장 인근 주민을 강제동원, 그 노역으로 인한 사상자가 많이 발생했는데 그 이후 달리는 기차에 돌을 던지는 악습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 돌에 엉뚱한 사람이 부상입기 마련이죠.


채널A가 밉다고는 하나 자꾸 우리가 돌팔매질해 또 다른 빌미를 낳는 일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네티즌만이 아니라 확대 재생산하는 각종 미디어도 말입니다. 실수이고, 실언입니다. 악의가 없어요.


어느 나라 네티즌이건, 네티즌의 언어는 마른 들판의 들불 같아서 확산 속도가 ‘LTE’급입니다. 외교부까지 나서야 했다니 걱정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