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리뷰] 진정 우리 영화 맞나요? 韓영화의 꿈 ‘미스터 고’

[쿠키 리뷰] 진정 우리 영화 맞나요? 韓영화의 꿈 ‘미스터 고’

기사승인 2013-07-17 19:17:01

[쿠키 영화] 영화 속에서 불가능한 것은 없다. 과거, 미래 여행은 기본이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제3의 인물과 비현실적 상황을 만들어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영화 ‘미스터 고’는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독특한 설정에서 시작한다. 만 45세에 몸무게는 무려 285kg에 달하는 고릴라 링링이 주인공.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을 200킬로그램 거구로 만들고, ‘국가대표’에서 자체 제작한 와이어 캠으로 하늘을 나는 스키점프를 담아내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김용화 감독이 ‘미스터 고’에서 또 한번 진가를 발휘했다.

100% 국내 기술로 탄생한 디지털 캐릭터 링링은 ‘실제 고릴라로 촬영한 것 아닌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완벽히 구현됐다. 4년이 넘는 시간이 투자됐고, 총 제작비 225억원 중 링링의 몸값만 120억 원이 넘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고 워낙 거대한 비용이 투입됐기에 영화계에서는 기대 반,걱적 반으로 노심초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미스터 고’는 이런 우려를 말끔히 날려버렸다.

2시간 넘게 3D 영상이 펼쳐지지만 눈의 피로감이 거의 없고, 야구공이 날아오는 신 등 몇몇 장면에서는 움찔하게 할 정도로 뛰어난 3D 구현 기술을 선보였다.

하지만 좋은 영화는 기술력과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감정 이입이 되지 않으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김 감독은 기술력과 스토리의 균형감각 유지에 힘썼다. 결과는 합격점이다. 영화는 3D를 지우고 보더라도 충분히 몰입하게 하는 요소를 가졌다.

영화는 사람과 동물의 교감이 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보다 더 진실 되고 감동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고릴라 링링과 그의 15세 매니저 웨이웨이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성해 슈퍼스타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기둥줄거리. 링링과 그의 곁을 지키는 15세 소녀 웨이웨이(서교), 한국 에이전트대표 성충수(성동일)의 이야기는 김용화 감독의 손을 거쳐 웃음이 담긴 감동 스토리로 탄생했다.

김용화 감독 특유의 장기인 코믹과 신파를 오고 가며 눈물을 자아내는 ‘넓은 스펙트럼’의 감정 변화는 줄었고, 인물과 인물 사이의 관계에 집중, 한층 세련된 영화로 완성됐다.

관객의 눈물을 펑펑 쏟게 하기 위해서는 웨이웨이와 링링 사이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든지, 웨이웨이가 링링을 살려내라고 울부짖는 장면이 들어갈 법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감정을 강요하는 요소들을 철저히 배제했다. 눈물이 찔끔 나려해도 어느새 코믹한 장면으로 관객을 웃게 한다. 오락영화의 본분에 충실하고자 한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 점이 국내 시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분명 영화에는 ‘한방’을 노린 지점이 있지만 관객들이 밋밋하거나 뻔하게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여자 주인공이 중국 소녀다 보니 잦은 중국어 사용, 어설픈 한국어 발음 등은 감정을 이입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국내뿐 아니라 중국에서 대규모 개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중국 시장에서는 흥미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눈앞에서 뛰어다니는 고릴라 링링과, 링링이 날리는 통쾌한 홈런, 사람과 동물의 뜨거운 교감 등 ‘미스터 고’가 올여름 국내 여름 극장가는 물론 해외시장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17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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