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여름휴가 어디로 가요? 뭐해요? 궁금하네

朴대통령 여름휴가 어디로 가요? 뭐해요? 궁금하네

기사승인 2013-07-20 02:27:00

대통령의 여름휴가… 휴식보다 ‘구상’ 국정 고민 싸들고 ‘한 줌의 여유’

[쿠키 정치]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보통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여름휴가다.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휴가일정을 발표하면서 대통령의 휴가 시즌도 찾아왔다.

우리들의 인식체계에 대통령은 모든 국정 사안이 청와대로만 몰리는 한국정치 특성상 잠시도 쉴 수 없는 존재로 각인돼 있다. 사생활이 거의 보장되지 않고 휴가 계획은 물론 휴가지와 휴가 기간조차 사전에 짤 수 없는 자리로 여겨진다.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여름휴가는 너무나 짧고도 가시방석 같은 기간이다. 휴가를 떠나기 전부터 세인들의 관심사가 ‘휴가 후 대통령의 구상’에만 온통 쏠려 단출한 기간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다. 그저 책 몇 권의 독서삼매경에 잠시 빠져드는 ‘한 줌의 여유’에 만족해야 하는 셈이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역대 대통령들은 개각 또는 정계개편 구상을 발표하거나 국정운영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곤 했다. 대통령 전용 별장인 청남대가 지방자치단체에 반환되기 전까지 ‘청남대 구상’이라는 정치 용어가 유행할 정도였다.

휴가기간에도 늘 나라 안팎의 이런저런 문제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했고,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전화로 주요 국정 사안들을 보고받아야 했다. 어느 대통령도 1주일 이상의 휴가를 갖지 못했다. ‘짧게는 3일, 길게는 7일, 기간은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라는 대통령의 휴가 공식이 수십년째 유지되고 있다.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은 강원도 화진포의 별장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 그야말로 자연의 형상만 눈에 띄는 화진포에서 그는 당시 만연했던 서울의 정치혼란을 잊으려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남 거제 소재 저도에서 주로 휴가를 보냈다. 1976년 8월 5일 박 전 대통령은 2년 전 비명에 간 부인 육영수 여사를 그리며 휴가지에서 시를 썼다고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저격범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지만 700일이 넘어서야 제대로 슬픔을 달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하고 집권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충북 청원군 청남대 잔디밭에서 가족, 경호실 직원들과 함께 축구를 즐겼다고 한다. ‘골프 마니아’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도 이곳에 설치된 9홀짜리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 기간 내내 청남대 조깅 코스를 매일 2㎞씩 달리며 보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사태 뒷감당을 해야 했던 취임 첫해엔 아예 휴가를 가지 못했고 취임 마지막해에도 관저에 머물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와 더 인연이 없었다. 2004년 국회 대통령 탄핵 사태, 2006년 수해, 2007년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 등으로 휴가를 취소해야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군 시설에서 가족과 함께 테니스를 치거나 낚시, 독서를 하며 여름휴가를 보냈다. 취임 첫해인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벌여져 휴가를 취소하려 했지만 청와대 참모들이 등을 떠밀다시피 해 휴가를 떠났다. 이 전 대통령은 한 방송 회견에서 “내가 일하면 많은 사람이 또 일해야 된다. 정말 괴롭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4박5일간의 휴가를 갖는다. 이번에도 대한민국 대통령의 전형적인 휴가 풍경을 벗어나지는 못할 듯하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역대 대통령 휴가 1번지 ‘청남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이 휴가를 보내기 위해 즐겨 찾은 곳으로는 충북 청원군에 소재한 청남대(靑南臺)가 유명하다.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남쪽에 있는 청와대’라는 의미다.

청남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 지시로 1983년 준공됐을 당시 영춘재로 불리다가 1986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아늑하고 조용하면서도 외부와 격리된 휴양시설로 본관 건물 외에 낚시터, 9홀 규모의 골프장, 25m 길이의 수영장, 테니스장, 헬기장 등의 여러 시설이 조성돼 있다. 대통령 전용시설이라는 이유로 반경 6㎞까지 접근은 물론 촬영조차 금지된 시절도 있었으며 1999년이 돼서야 전경 사진이 처음 공개됐다. 노무현정부가 들어선 뒤인 2003년 4월 20여년간의 베일을 벗고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청남대만큼이나 유명했던 청해대(靑海臺)는 ‘바다의 청와대’라고 불렸다. 대통령 휴가지 중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경남 거제 저도에 있는 별장으로 1954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휴양지로 사용한 뒤 1972년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됐다가 1993년 해제됐다. 청해대 부근은 동백과 해송, 팽나무 등으로 어우러진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으며, 200여m 길이의 백사장, 전망대, 골프장 등이 들어서 있다. 현재 소유권은 국방부가, 관리권은 해군이 갖고 있으며 주민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강원 고성 화진포가 내려다보이는 곳에는 ‘이승만 별장’이 있다. 1954년 건립돼 1960년까지 별장으로 사용됐다. 이 전 대통령이 수시로 찾았던 곳으로 1961년부터 방치되던 것을 1997년 육군이 재건축해 원래 모습대로 복원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 부부가 실제 사용했던 유품을 전시하고 있고 별장 뒤에는 ‘이승만 대통령 화진포 기념관’이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찾았던 충남 아산 도고온천에는 ‘박정희 도고별장’도 있다. 10·26사태 전날 박 전 대통령이 이곳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군 시설에서 휴가를 즐겼다. 진해 해군 휴양소에서 부인 김윤옥 여사를 비롯한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보내곤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朴 대통령, 영애·정치인 시절 휴가는 어땠을까… 거제 저도 선친과 추억 서려

박근혜 대통령의 구체적인 여름 휴가지는 경호상 문제로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청와대 주변에서는 암암리에 경남 거제 저도가 첫손으로 꼽힌다.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찾았고, 박 대통령으로서는 부모님과의 추억이 서린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저도는 박 전 대통령이 애용했으며 역사가 가장 오래된 대통령 휴가지라는 점 외에 박 대통령과 관련해 뜬금없이 유명세를 탄 적이 있다. 지난 대선 기간 박 대통령이 영애(令愛) 시절 비키니를 입고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됐는데 그 장소가 저도라는 얘기가 돌았기 때문이다(사진). 2003년 국정홍보처가 발간한 대한민국 정부 기록 사진집에 실린 이 사진은 박 대통령이 중학교 2학년 때인 1967년 찍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뒤에야 박 대통령이 수영복을 입고 사진을 찍은 장소가 인천이었던 것으로 정정됐다. 인천 앞바다 소무의도 지역주민들은 1960년대 중반 일단의 군인들이 배를 타고 건너와 텐트를 친 뒤 곧 박 전 대통령 일가가 방문해 휴가를 즐겼었다고 전했고, 사진도 그때 찍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확인 요청을 받은 인천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2월 당선인 신분의 박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며 “저도에서 찍었다는 화제의 비키니 사진이 소무의도에서 찍은 게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정확한 지역 이름은 모르겠지만 인천 해안가에서 찍은 게 맞다. 가족과 함께 방학에 하루 다녀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무의도 해변에는 지금도 박 전 대통령 일가가 방문했었다는 표지판이 남아 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지방의 휴양지를 찾기보다는 주로 서울 삼성동 사저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보냈다. 2010년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많은 분들이 제 휴가 계획을 묻는다. 별다른 계획 없이 선풍기와 수박을 벗 삼아 집에서 피서할 예정”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박 대통령은 “올해 무더위는 유난스럽네요. 무더위를 선풍기와 수박으로 이겨내고 있는 저의 인증샷입니다”라며 수박을 먹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휴가 때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팔로어의 요청에 ‘열국지’와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를 추천했다.

주로 책을 읽고 정국을 구상하며 ‘재미없는 휴가’를 보내는 박 대통령이었지만 대선을 앞둔 지난해 여름에는 ‘여름휴가를 같이 보내고 싶은 대선주자’ 1순위로 꼽히기도 했다. 그해 7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박 대통령을 선호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유성열 기자

외국 정상들의 휴가는… 1년 30일 이상 망중한 즐겨

외국 정상들의 휴가는 우리 역대 대통령들과 사뭇 다르다. 선진국 정상일수록 1년에 30일 이상 망중한을 즐기는 일이 상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 4년 동안 휴가로만 무려 131일을 사용했다. 1년 평균 33일을 쓴 셈이다. 장소도 미국의 명승지라는 곳은 다 찾았다. 하와이 해변에서 큰 키와 늘씬하고 근육질인 몸매를 뽐내기도 했고, 올해 휴가에선 플로리다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라운딩을 하기도 했다. 임기 첫해인 2009년 8월 첫 여름휴가는 매사추세츠주 마사스 바인야드섬에서 보냈다. 케네디가(家)와 부시가 등 미 명문가문의 여름 호화휴양지인 이 섬에서 일주일 렌트비가 3만5000달러(3900여만원)가 넘는 집을 빌렸다. 이 밖에도 록펠러 가문 휴가지인 메인주 마운트 데저트섬을 찾기도 했고 스키가 타고 싶을 땐 콜로라도주 베일리조트로, 바다낚시가 하고 싶을 땐 플로리다주 파나마비치로 갔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07년 5월 6일 당선된 뒤 바로 다음날 부인 세실리아 여사와 아들 루이 등을 데리고 프랑스 언론재벌 뱅상 볼로레의 전용 제트기를 타고 지중해 몰타 섬으로 떠나 볼로레가 20만 유로(2억5000여만원)를 주고 빌린 호화 유람선에서 일주일 휴가를 지냈다. 몇 달 뒤 그는 2주 동안 미 뉴햄프셔 위니퍼소키 호숫가의 한 저택에서 망중한을 즐겼다. 요트를 타고 부인 세실리아와 함께 선보인 반라의 모습은 전 세계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검소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1년에 한 달이라는 휴가 공식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나폴리 등 해외여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차기 동계 올림픽 개최 장소인 흑해 연안의 소치 등을 찾아 역시 긴 여름휴가를 보냈다.

중국 정상들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유명하다. 엄밀히 말하자면 휴가를 겸한 회의다. 최고 지도부와 당 원로가 참석하는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 공산당의 향후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 행사로 굳어져 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김상기 기자
procol@kmib.co.kr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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