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등 7편의 드라마를 함께 한 송지나 작가는 1987년부터 26년간 김 PD와 인연을 이어가며 주옥같은 작품을 만들어낸 콤비였다. 그는 김 PD의 유작으로 남은 SBS 드라마 ‘신의’도 함께 작업했다.
김 PD의 손을 거친 배우들은 대부분 톱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엔 ‘스타의 등용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1991년 ‘여명의 눈동자’에 출연했던 채시라 최재성 박상원은 이 작품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고현정 최민수 이정재는 1995년 ‘모래시계’로 국민적인 스타로 떠올랐고,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백야 3.98’에선 심은하 이병헌, ‘고스트’에선 장동건 김민종을 발굴했다.
2002년 ‘대망’을 통해 장혁 이요원 손예진을 연기파 배우로 자리잡게 했고, 2007년 ‘태왕사신기’에선 배용준과 함께 작업해 해외 시장에서도 유명세를 탔다. 당시 연기 경력이 전무했던 이지아를 발굴해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신의’에선 김희선 이민호와 함께 작업했다.
이날 오후 경기도 분당 차병원에 빈소가 꾸려지자 마자 박상원 고현정이 조문을 와 김 PD의 가족들을 위로했다. 이후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으로 옮겨진 빈소에는 배용준, 중견배우 김병기 등 연예계 관계자들이 찾아와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행렬을 이어갔다. 김병기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던 독보적 존재였는데 세상을 떠났다는 것 자체가 방송계 큰 손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김 PD의 별세 소식에 연예계와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김영섭 SBS 콘텐츠파트너십 부국장은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스케일 큰 드라마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던 분”이라며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문화평론가 심영섭 대구사이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모래시대 세대에겐 상징적인 분”이라며 “이 죽음의 폭주기차는 언제 멈출까요”라고 적었다. 김준모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총장은 “고인은 드라마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을 연출한 스타 감독이었지만 그 역시도 잘못된 외주제작 시스템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다”며 “방송사에만 유리한 외주제작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비극은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