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못 올린 첫 승=2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아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이하 동아시안컵)’ 남자부 한국과 일본의 마지막 경기. 13년 만에 열린 ‘잠실 A매치’에서 한국은 1대 2로 패했다. 일본과의 역대 전적은 40승22무14패가 됐다. 최근 4경기에선 2무2패로 열세를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2무1패를 기록한 한국은 중국(승점 5·1승2무)에도 밀려 3위에 그쳤다. 일본은 승점 7점(2승1무)을 챙겨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전 홍명보 감독은 경기 전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두 경기 연속 무득점에 무승부에 그쳤다. 더욱이 이번 경기는 일본전이었다. 두말할 나위 없이 무조건 이겨야 했다. 홍 감독은 원톱 김동섭(성남)을 ‘필승 카드’로 다시 꺼내들었다. 김동섭 아래엔 이승기(전북)를 중심으로 윤일록과 고요한(서울)을 배치했고,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하대성(서울)과 이명주(포항)를 세웠다. 포백으론 김진수(니가타)-김영권(광저우)-홍정호(제주)-김창수(가시와)를 출장시켰다. 호주전과 선발 명단이 같았다. 일본전에서 다시 뭉친 ‘베스트 11’은 아쉬움만 남겼다.
◇아쉬웠던 90분=한국은 스피드와 압박 그리고 공간 장악이라는 ‘한국형 축구’로 기선 제압에 나섰다. 이에 질세라 일본은 정교한 패스 플레이로 맞불을 놓았다.
한국은 전반 24분 선제골을 허용했다. 일본 공격수 가키타니는 자기 진영에서 올라온 긴 공중볼 패스를 받아 치고 들어간 뒤 골키퍼 정성룡과의 일대 일 찬스에서 슈팅을 날려 골로 연결했다. 한국의 철벽 수비가 무너진 순간이었다. 한국은 전반 32분 동점골을 뽑아냈다. 윤일록은 페널티지역 밖 왼쪽에서 2대 1 패스를 받은 뒤 침착하게 오른발로 감아 찼다.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골대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1대 1로 비긴 채 시작된 후반.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다. 한국은 허리싸움에서 우위를 보였지만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진 못했다. 홍 감독은 경기 종료 1분 전 고요한을 빼고 김신욱(포항)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팽팽하던 경기는 추가시간에 깨졌다. 한국은 골키퍼 정성룡이 쳐낸 공을 잡아 슈팅을 날린 가키타니에게 또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하나 된 남북 여자축구=한국 여자축구는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두 골을 터뜨린 간판스타 지소연(22·아이낙 고베)의 활약을 앞세워 2대 1로 이겼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2연패로 부진하다 마지막 경기에서 강호 일본을 잡아 체면을 세웠다. 북한(2승1무), 일본(1승1무1패)에 이어 4개국 중 3위. 앞서 열린 경기에서 중국을 1대 0으로 꺾은 북한은 어부지리로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을 물리친 한국 선수들과 우승을 차지한 북한 선수들은 기쁨에 겨워 그라운드를 돌다 만났다. 남북 선수들은 서로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시상대에도 함께 올랐던 남북 선수들은 헤어지면서 손짓으로 ‘다음에 다시 만나자’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