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갑을 관계 다룬 '딸기찹쌀떡' 보도, 제작진이 '갑의 횡포'다

[전정희의 스몰토크] 갑을 관계 다룬 '딸기찹쌀떡' 보도, 제작진이 '갑의 횡포'다

기사승인 2013-07-29 16:13:01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청년실업’ ‘딸기찹쌀떡’ ‘갑의 횡포’.

28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의 ‘딸기찹쌀떡의 눈물’편을 이해하는 키워드다. 세 가지 키워드 는 시청자에 대한 강한 호소력을 보인다. 더 세분화하자면 젊은 네티즌에게 말이다.

29일 ‘딸기찹쌀떡’은 포털 키워드 검색 1위를 차지하며 종일 네티즌의 화제가 됐다.

‘딸기찹쌀떡의 눈물’은 32살의 청년 사업가 김민수씨가 일본에서 명인으로부터 ‘딸기찹쌀떡’ 제조 기술을 전수 받아 서울 명동 분식점 사장인 동업자 안모씨와 ‘이찌고야’라는 상호를 걸고 사업을 시작했으나 동업자 안모씨가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진행하는 바람에 을로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다.

프로그램에서 카메라는 김씨의 1인 시위 등의 장면과 인터뷰를 통해 많은 얘기를 담아냈다. 물론 안씨 인터뷰도 시도했다. 갑으로 인식되는 모 홀딩스(지주회사)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 내용은 ‘시사매거진 2580’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완성도에 문제가 있다. MBC파업 전 ‘4대강 개발 문제’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불편부당함을 치밀한 취재로 드러내던 그 프로그램이 맞나 할 정도다.

우선 1인 시위를 했다 해서, 갑의 횡포라고 정치권에 호소한다 해서, 청년이라고 해서, 홀딩스라는 이름이 있다 해서 갑의 횡포에 시달리는 을인가 하는 문제다.

그 청년은 대기업 또는 거대 자본에 발아래 개미 밟히듯 하는 상태는 아니었다. 51 대 49에서 49%의 지분을 가진 비운영권자였을 뿐이다. 노련한(?) 선배 동업자에게 어찌 보면 비싼 수업료 낸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딸기찹쌀떡의 눈물’은 전반적으로 사실(fact)이 모호하고 균형성이 갖춰지지 않았다. 상반된 주장은 객관적 자료 등을 통해 검증해 사실로 입증해야 하는 것이 취재의 덕목이다. 그 이해 상대자가 보도에 따른 유·불리를 따져 출연을 거부한다 할지라도 충분한 설득과 팩트 압박을 통해 나서지 않으면 안될 만큼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이 보도의 기본자세다.

그런데도 ‘…눈물’ 편은 ‘갑의 횡포’라는 이슈에 매몰되어 을 대변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 허술한 제작 때문에 29일 엉뚱한 회사가 마녀사냥 대상에 올라 피해자가 되는 후폭풍도 낳았다. 네티즌도 ‘진짜 갑의 횡포 맞는가’라며 의견이 분분하다.

게이트키퍼의 역할이 너무 느슨히 이루어진 채 방영된 명성의 ‘시사매거진 2580’답지 않은 코너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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