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성재기(46) 남성연대 대표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영등포수난구조대는 29일 오후 4시10분쯤 서울 서강대교 남단 상류 쪽 100m 지점에서 성 대표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오후 3시19분쯤 서울 마포대교 중간지점에서 투신한 지 사흘 만이다.
그의 시신은 투신 당시와 같은 흰색 긴팔 셔츠에 짙은 회색 바지 차림으로 발견됐다. 자신이 운영하는 남성연대의 운영자금 1억원을 모금하기 위해 벌인 그의 퍼포먼스는 결국 최악의 결말로 막을 내렸다.
“설마 했는데…” 죽음으로 이어진 퍼포먼스
성 대표는 지난 25일 한강 투신을 예고했다. 그는 트위터에 “한강에서 투신하겠다. 십시일반으로 우리에게 1억원을 빌려 달라”며 “빌린 돈은 남성연대의 급한 부채를 갚고 재개할 종자돈으로 삼겠다. 내가 무사하면 다시 얻은 목숨으로 죽을힘을 다하겠다. 그리고 반드시 돈을 갚겠다”고 호소했다.
또 “내가 잘못되면 남성연대의 제2대 대표는 한승오 사무처장이 이어받을 것”이라며 극단적 상황에 대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당시 그는 구체적인 투신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다. “26일 오후 7시 한강 다리 24곳 중 경찰관과 소방관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곳을 선택해 기습적으로 뛰어내리겠다”고만 밝혔다.
사실상 ‘자살 퍼포먼스’로 볼 수밖에 없는 성 대표의 한강 투신 예고는 비판 여론을 몰고 왔다. 지지자와 후원자들 사이에서도 “목숨을 걸지 말라”는 만류와 “방법에서 잘못됐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남성연대 후원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Tak*****)은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기 후원하는 사람들을 창피하게 만들 상황을 벌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성 대표는 “왜 투신하면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구차하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빌려 달라고 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해 달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그러나 투신 계획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남성 인권 주장했지만…
성 대표가 한강으로 뛰어내린 이유는 남성연대의 운영난을 타개하기 위해서였다. 성 대표는 전날 호소문에서 “온힘을 다했지만 무지했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여성부의 관리를 받아야 하는 현실 때문에 정부지원을 포기했고 후원기업도 없었다. 우리는 늘 돈과 싸워야 했다”면서 “목숨을 걸고 말한다. 남성연대에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또 “대한민국이 온통 여성 이야기만 하는 이때 남성의 목소리도 내기 위해 남성연대를 출범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모욕과 조롱의 가시밭길이었다. 여야와 좌우의 정치 이야기는 점잖고 남성의 인권 이야기는 패배자나 하는 가십으로 취급하는 이 나라에서 남성연대는 영원히 못난 삼류였다”며 단체 운영의 고충을 토로했다.
남성연대는 2008년 1월 인터넷 포럼으로 출발, 2011년 3월부터 시민단체로 활동했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후원자들의 모금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군 가산점제 부활 추진, 편부가정 반찬봉사 등으로 일부 남성 지지층을 끌어 모았으나 여성단체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와 성 대표의 과격한 트위터 발언 등이 논란을 빚으면서 여론의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성 대표의 과격한 발언은 투신 전날까지 이어졌다. 성 대표는 트위터에서 한강 투신을 비판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와 고종석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 등에게 “입 닥쳐라. 표절창원아”라거나 “X소리는 많은데 내 눈앞에서 짖는 개는 없네”라고 막말 트윗을 날려 논란을 몰고 왔다.
투신 직전인 26일 오후 3시16분쯤 트위터(@sungjaegi)에 올라왔다 지워진 글은 성 대표의 마지막 발언이 됐다. 그는 당시 “정말 부끄러운 짓이다. 죄송하다. 평생 반성 하겠다”는 입장을 남겼으나 더 이상 상황을 되돌릴 수 없게 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