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봉준호 감독의 신작 ‘설국열차’는 다양한 신드롬을 일으키며 개봉 8일 만에 450만 관객을 돌파, 승승장구하고 있다.
영화가 인기를 끌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양갱을 연상시키는 모양의 단백질 블록과 송강호와 고아성이 감금돼있던 시체 안치소 같은 감옥칸, 들창코에 틀니까지 전혀 다른 인물로 변신한 틸다 스윈튼 분장 등이 함께 주목받고 있다.
과연 이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일까. ‘설국열차’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양갱 닮은꼴 ‘프로틴 블록’
영화 속에서 단백질 블록은 꼬리칸 사람들에게 배급형식으로 지급되는 식량으로,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소를 보급하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영화 속 단백질 블록이 시중에 판매되는 양갱과 닮았다며 ‘설국열차 양갱’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은 물론 “‘설국열차’를 관람할 때 팝콘 대신 양갱을 먹으면 영화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등의 관람 분위기를 조성하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단백질 블록의 정체는 양갱이 아닌 미역과 설탕을 섞어 만든 일종의 단단한 젤리인데 맛이 아주 묘하다. 그냥 아무 맛도 안 나면 상관없는데 약간 단맛까지 나서 더 이상하다”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 틸다 스윈튼은 영화 속에서 단백질 블록을 먹는 장면을 촬영하다 컷 소리와 동시에 “봉준호~”를 절규하며 외쳐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고. 하지만 제이미 벨은 처음 단백질 블록을 먹었을 땐 매우 힘들어하며 뱉어버리곤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단백질 블록의 맛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 소품팀이 배우들의 간식용 단백질 블록을 따로 통에 담아서 다녔다는 후문이다.
시체 안치소야? ‘감옥칸’
‘설국열차’의 감옥칸에서 남궁민수와 요나 부녀가 갇혀 있던 서랍식 감옥은 시체 안치소를 떠올리며 제작했다고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에서 첫 등장을 서랍식 감옥에서 나오는 것으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었던 송강호와 고아성은 이 장면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상반된 느낌을 전했다.
고아성은 서랍식 감옥 안에 누워있을 때 정말 시체가 돼 누워있는 느낌이었고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을뿐더러 스태프들이 열어주지 않으면 나오지 못하는 처지여서 너무나도 무서웠다고 밝혔다.
반면 송강호는 안방에 누워있는 것처럼 아주 편안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누워있는 것이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들창코에 틀니까지 ‘틸다 스윈튼’ 맞아?
열차의 2인자인 총리 메이슨을 연기해 파격 변신으로 숱한 화제를 모았던 틸다 스윈튼이 또 다른 분장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원래 남자 캐릭터였던 메이슨 역이 틸다 스윈튼 때문에 여자로 바뀌게 된 사연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윌포드의 심복으로 열차 안의 괴물 같은 메이슨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해 틸다 스윈튼과 봉준호 감독은 의기투합해 관객들이 깜짝 놀랄만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다.
촬영 준비기간 중 봉준호 감독은 틸다 스윈튼이 살고 있는 스코틀랜드에 방문해 아이들의 변장놀이 상자에서 옷을 꺼내 입어봤고, 그때 처음 써봤던 우스꽝스러운 안경이 실제 영화에서 쓴 안경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또한 그녀가 끼고 있는 틀니는 영국에서 특수 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마치 6살짜리 어린아이가 된 기분으로 메이슨 캐릭터를 준비한 틸다 스윈튼은 들창코, 어색한 가발까지 모든 아이디어를 쏟아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봉준호 감독과 틸다 스윈튼은 서로 영감을 주고받으며 캐릭터를 완성했고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롭고 신선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설국열차’는 인류가 빙하기를 맞은 후 노아의 방주처럼 남은 생존자들이 칸에 따라 계급이 나뉜 기차에 몸을 싣고, 맨 뒤쪽 칸의 지도자가 폭동을 일으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