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이 여기에 돈을 숨겼단 말이지” 은밀하고 안전한 은행 대여금고 엿보니

“전두환이 여기에 돈을 숨겼단 말이지” 은밀하고 안전한 은행 대여금고 엿보니

기사승인 2013-08-17 01:45:01

[쿠키 경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은행 대여금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일가 명의의 대여금고에서는 거액이 예치된 예금통장 50여개와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 40여점이 발견됐다. 고작 가로 15.6㎝, 세로 60㎝, 높이 7.5㎝의 작은 상자에 담긴 고액 자산가들의 비밀은 무엇일까.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담당 부행장은 16일 “대여금고 하나를 5만원권으로 가득 채우면 3억원이 들어간다”며 “한 사람이 10개만 빌리면 30억원이 순식간에 금융망에서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여금고는 고액 자산가들이 금품을 땅에 묻지 않는 한 주변인 몰래 ‘비밀’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친인척 몰래 혼자서만 대여금고 개설 사실을 알고 있는 고액 자산가들도 부지기수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의 한 지점에는 매번 대여금고를 확인하러 올 때마다 아들을 운전기사처럼 차에서 기다리게 한 채 홀로 들어오는 노신사가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 아들이 아버지의 금고 속을 보게 되는 순간은 아마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 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상 대여금고는 열쇠나 지문인식을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하다. 기계에 금고 번호와 비밀번호를 누르고 금고를 열쇠로 열거나 기계에 지문을 인식해야 한다. 또 금고방 안엔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어 다음 사람은 안에 있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반면 대여는 손쉽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통 보증금 4만∼50만원, 수수료 1만∼5만원을 내면 빌릴 수 있다. VIP 고객들에게는 은행이 무상 대여하기도 한다. 대여 기간도 별다른 제약 없이 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여금고도 강제로 문이 열리는 순간이 있다. 대여자가 사망했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다. 은행 관계자는 “대여금고는 명의자가 사망하고 나서야 내용물이 공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현금이나 귀금속 외에 각종 증서, 부모님의 유품, 온갖 서류 등 본인에게 중요한 모든 종류의 물품이 많다”고 말했다.

또 대여금고에 대한 압류가 가능해지면서 범죄에 쓰인 대여금고가 공개되기도 한다. 실제 2010년 서울세관은 관세 4억8100만원을 체납한 A씨의 대여금고를 압류하기도 했다. 금고에는 현금, 수표와 함께 행운의 열쇠 등 금 장신구 30점 등이 들어 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김상기 기자
limitless@kmib.co.kr
김상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