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광주경찰' 발언 조명철 의원, 그리고 인민군 소좌와 홍경래

[전정희의 스몰토크] '광주경찰' 발언 조명철 의원, 그리고 인민군 소좌와 홍경래

기사승인 2013-08-21 11:37:00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대한민국 경찰이냐, 광주경찰이냐?”라는 발언의 주인공 조명철 의원은 블로그에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탈북민 2만4000명의 활동을 강화하고 성공적인 정책을 위한 소임과 정책감시, 예산지원을 꾸준히 늘려가겠습니다. 특히 제18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던 북한인권법을 이번 회기 내 반드시 통과시키도록 앞장서겠습니다.’

그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다. 한데 그의 블로그에선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선거관리위원회에 김일성종합대학 준박사(남한의 석사), 대학교원(남한의 시간강사 정도)라고 신고했다가 학력위조 시비에 시달렸다.

알려진 바로는 59년생으로 관료인 아버지, 러시아어 번역가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고 한다. 1994년 중국 교환교수로 재직 중 남한으로 건너왔다는 것이다.

이후 우리 정부는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고 판단 됐던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원장 등에 임명했다. 통일교육장은 1급 고위공무원이다.

그의 이력은 전적으로 우리 정부의 정보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탈북자 사이에 학력시비가 불거졌다는 것은 석연치 않은 일이다.

그의 의정활동은 2만4000명 탈북자 보호에 무게를 둔다. 한개 동 인구를 대변하는 셈이다. 보도자료를 내놔도 그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을 이룬다. 그와 활동 성격이 비슷한 국회의원 이자스민은 150만명의 다문화가정을 대변한다.

탈북자, 외국인노동자, 장애인 등 우리 사회 소수자를 의정에서 대변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확인하는 일이다. 따라서 그들의 리더는 소외자를 대변하기 위한 뚜렷한 철학을 지녀야 하며, 그 철학은 인간애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공평하지 못한데서 오는 소외에 대해 주류에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제도적 틀을 만들어 가야 하는 냉정함도 지녀야 한다.

한데 그의 ‘광주경찰’ 발언은 주체사상이 뼈 속 깊이 배인 사람에게서나 나올 법한 매카시즘인 것 같아 섬뜩하다. 1950년 인민군 치하에서 즉결 심판하는 인민군 소좌를 연상케 한다.

그는 자유를 찾아 탈북했을 것이다. 김일성대학 출신이라니 굶주리진 않았을 거다. 그 자유를 국회의원이라는 특권 속에서 ‘마구’(?) 발언했는데 그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대못을 박는지 그 자신이 충분히 알 것이다. 국회의원이 안됐으면 그 또한 우리 사회 소수자 ‘탈북자’이다.

조선시대엔 함경도, 평안도 사람을 고위관리로 쓰지도 않았다. 얼마나 지역차별이 심했으면 300년 동안 평안도 함경도에선 고위직이 단 한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태조 이성계의 유훈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임진왜란 때 선조의 의주 피난 행렬에 돌을 던지고, 왕자 둘을 잡아 일본군에 넘기기도 했다. 정묘·병자호란 땐 의병은 고사하고 청과 연합해 관군을 괴롭혔다. 정부의 신분과 지역차별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이런 차별은 결국 홍경래난을 낳았다. 그리고 홍경래는 부하의 배신으로 죽었다.

그 서북출신인 조명철 의원은 신분과 지역차별이 국가를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의 망언은 결코 망언이 아니다. 멘탈의 문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