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코리아 엑소더스' 심상치 않다… 빈껍데기 경제 우려

국내기업 '코리아 엑소더스' 심상치 않다… 빈껍데기 경제 우려

기사승인 2013-08-25 15:58:01
[쿠키 경제] 국내 기업의 ‘코리아 엑소더스’가 심상치 않다. 이미 해외로 나간 기업은 국내로 들어올 생각이 없고, 해외 생산기지를 더 키우거나 새로 짓는 기업이 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공장의 국내 ‘유턴(U-turn)’이나 일자리 창출은 성과 없이 헛돌고 있다.

성장엔진이 식으면서 장기 부진에 빠진 우리 경제가 ‘제조업 공동화’라는 악재를 만난 것이다. 기업 투자가 해외에만 집중되면 국내 일자리 창출은 더뎌지고, 우리 경제는 성장잠재력을 잃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25일 “기업이 자꾸 나라 밖을 쳐다보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에서 경영환경이 나쁘기 때문”이라며 “해외공장을 국내로 옮길 의사를 가진 제조업체는 700곳 중 1.5%에 불과했다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기아자동차 사례에서 보듯 경직된 노사관계는 기업을 밖으로 내몰고 있고 과도한 기업규제, 높은 생산비용도 기업의 등을 떠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세계 각국은 세제 혜택, 부지 제공, 풍부한 노동력과 싼 인건비, 시장 접근성 강화 등을 무기로 앞다퉈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다이모스가 미국 조지아주에 부품공장을 짓기로 한 것을 강성노조가 부른 대표적 부작용으로 지목한다. 현대다이모스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있는 기아차 북미공장 인근에 3500만 달러를 투자해 350명을 고용할 수 있는 자동차시트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네이선 딜 조지아주지사는 현대·기아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시점에 정몽구 회장을 극비리에 방문해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무게중심을 해외생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생산 비중은 2010년 45.2%에서 올 상반기 54.3%까지 뛰었다. 해외공장이 예정대로 들어서면 내년에는 해외생산 비중이 60%에 육박하게 된다.

현대차 뿐만 아니다.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코강판은 최근 미얀마에 컬러강판 공장을 신설하기로 하고 현지 정부와 구체적인 투자 협상을 벌이고 있다. 1988년 설립 이래 해외에 짓는 첫 공장이다.

북미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타이어는 기아차 공장이 있는 미국 조지아주와 BMW 공장이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놓고 저울질이다. 동국제강은 국내 제철사 가운데 처음으로 브라질에 연산 300만t 규모의 고로제철소를 짓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지역에 가스전을 기반으로 한 석유화학공장을 건설 중이다.

해외 생산기지 신·증설에 가속도가 붙으면 우리 경제는 ‘빈 껍데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의 해외공장 이전을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차원으로 볼 필요가 있지만 국내 경영환경이 내몰고 있는 측면도 크다”고 지적한다. 전경련은 역주행하는 증세 논의, 과도한 기업 규제, 엔저현상 지속, 높은 생산요소 비용, 경직적 노사관계, 반기업 정서의 확산을 ‘주범’으로 꼽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김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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