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반기문 총장, 박 대통령 접견 DMZ 발언 때와 장소가 틀렸다

[전정희의 스몰토크] 반기문 총장, 박 대통령 접견 DMZ 발언 때와 장소가 틀렸다

기사승인 2013-08-26 15:09:01

[전정희의 스몰토크] 반기문 UN사무총장이 23일 청와대를 방문,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우리 정부의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과 관련해 “유엔 차원에서 이 계획을 어떻게 도울지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반가운 일이고 한편으로 자랑스러운 장면이다. 자랑스럽다는 것은 일본 국토 넓이의 3분의 1밖에 안되는 남한 땅에 태어나 6.25의 참상을 겪은 한 소년이 지구촌 평화메신저로 활약하는 UN사무총장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위해 법적·정치적·제도적 측면 등에서 유엔 내부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 총장은 이날 DMZ관련 만이 아니라 ‘개성공단 운영 정상화 합의’ ‘이상가족 상봉 위한 실무협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에 대해서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최대한 보완적 역할을 해드릴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방북계획, 동북 3국의 긴장관계 문제‘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7가지 중요 이슈가 UN사무총장 휴가 기간 중 언급된 것이다. 이슈에 대해선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리해 냈다고 본다.

UN본부에서 밝혀야 했을 사안을 왜 휴가 기간 중?

한데 때와 장소가 아쉽다.

그는 휴가 중이다. 휴가 중에 고향을 방문해, 그 지역 청소년에게 비전을 심어주고, 멘토가 되어 주는 것은 누가 봐도 흐뭇한 일이다. 그러나 그 휴가 중에 ‘7가지 이슈’를 언급한 건 때가 아니다. '휴가' 중이지 않은가?

그는 한국적 관행 상 휴가 중 ‘발표’가 별 무리 없을 것으로 판단, 외신에 타전 될 핫 이슈를 언급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 매너는 아니다. 또 그렇게 시급을 다툴 사안도 아니었다. 휴가 끝내고 UN본부 가서 하면 된다.

장소 박근혜 대통령 접견을 통해 청와대에서 ‘유엔의 DMZ 조력 계획 검토’를 처음으로 밝혔다. 휴가 중 비공식적 접견일 수 있으나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국제적 이슈를 첫 언급한 장소가 청와대라는 것은 어딘가 유엔사무총장으로서 균형적이지 못하다.

한국인이기에 앞서 세계를 대표하는 UN사무총장이라는 지위가 먼저이기 때문이다. 주 UN 한국대사가 아니다.

따라서 'DMZ 평화공원 유엔 차원서 조력 계획' 등은 UN본부에서 공식적으로 먼저 언급, 한반도 핵문제에 따른 긴장완화 문제를 세계인에 이해시켜야 했다. 여기서 먼저 발표해 버린다면 치우치는 감이 있다. 그리고 박 대통령 접견에서는 세세한 내용까지 나누면 된다.

외교부 청사 기자회견도 장소가 틀렸다. 한국 내 유엔관련 기구나 프레스센터 등이 적합했다고 본다.

차기 대권주자? 자칫하면 정치색에 빠진다

우리 국민도 그를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목매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이익을 대변하라고 요구해서도 안된다. 그가 모국방문을 하면 고향에서 청소년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그는 세계가 열망하는 평화를 위한 메신저다. 따라서 균형 감각을 가지고 지구촌의 다양한 분쟁을 해결해야한다. 이처럼 우리 정서만 가지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게 되면 항간에 떠도는 ‘차기 대권주자’라는 정치색이 자꾸 입혀지기 마련이다.

반 총장측이 뭔가 판단을 잘못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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