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재능교육 천막 농성 7년, 충격 받은 교포 친구의 말

[전정희의 스몰토크] 재능교육 천막 농성 7년, 충격 받은 교포 친구의 말

기사승인 2013-08-27 10:57:00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그들은 늘 서울 혜화문 옆 도로 천막에서 잤다. 집이 그들 천막과 가까운 관계로 근처를 지나면 마음이 불편했다. 또 아침 6시면 혜화동성당 종소리가 뎅그렁뎅그렁 울리는 데 그 종탑에서 현수막을 내건 두 여인이 삭풍과 열대야를 견뎌내고 있었다. 첨탑으로 가려면 고해성사실을 지나야 했으므로 접근도 어려웠다.

6시 그 종소리를 들으며 잠을 깼다. 첨탑 종소리가 두 여성의 절규로 들렸다.

1.

2076일 동안 국내 최장기 비정규직 투쟁을 마치고 26일 합의문에 조인한 학습지업체 재능교육 조합원 얘기다. 성당 맞은 편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시작된 천막 농성은 202일 전 종탑 고공농성으로 이어졌다.

지난 봄, 이들을 취재하면서 빈손으로 가기 뭣해 원두커피 봉지를 사서 내밀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농성자의 얼굴이 까칠했다. 투쟁 중 암으로 죽은 조합원 얘기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미국 교포로 살아가는 나의 친구가 귀국해 그 거리 천막생활을 보게 됐다. 친구는 그 자리를 지나며 ‘7년간의 거리 천막농성’에 충격 받은 표정이 역력했다.

“7년째라고? 어떻게 그 긴 기간 동안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지?”

2.

타협은 서로에 대한 인정이다. 그 과정은 선의의 결과로 이어진다. 노-사 문제 역시 개개인의 감정과 같아 갈등 과정에서 감정이 상할 경우 타협하기 어렵다. 어느 한쪽의 굴복을 요구한다. 굴복은 수치를 낳고, 수치는 극단의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3.

1991년 시작된 전북 군산시 앞바다 새만금방조제. 착공 19년 만인 2010년 4월에 준공됐다. 그 19년 동안 환경단체의 개발 반대, 정치적 이해관계 등이 얽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 오늘에 이르렀다.

그 중단과 재개에는 서로의 논리가 충돌했고 그 과정서 감정이 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긴 시간은 서로 경청하며, 서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완하는 계기가 됐다.


반면 1987년 착공된 경기도 안산의 인공호수 시화호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94년 1월 물막이 공사가 완료됐으나 환경기초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죽은 호수’로 변했다. 재앙이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가해졌다.

다행이 2000년대 들어 정부와 시민환경단체가 합심해 친환경적 개발을 이뤄내 휴양단지가 될 정도로 맑아졌다.

4.

27일 아침. 성당의 종소리는 여전하다. 그러나 이제 절규로 들리지 않는다.

조합원들의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박수를 보낸다. 사측도 장하다. 오랜 갈등이 평화롭게 마무리 됐다. 서로를 인정하고 경청하는 것, 이것이 상생이다.

재능교육 앞뒤 길을 맘 편히 다닐 수 있게 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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