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둥이라 모른다” 아프리카서 인종차별 당한 백인 축구 감독

“흰둥이라 모른다” 아프리카서 인종차별 당한 백인 축구 감독

기사승인 2013-08-28 20:38:01

[쿠키 스포츠] 보통 인종차별의 가해자는 백인이고 피해자는 유색인종이다. 그런데 축구계에서 백인이 흑인에게서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소하는 일이 일어났다.

AP통신은 28일(한국시간) “톰 사인트피트(사진) 말라위 축구 대표팀 감독이 나이지리아의 스티븐 케시 감독의 인종차별 발언을 문제 삼아 FIFA에 진정했다”고 보도했다.

사인트피트 감독은 벨기에 출신의 백인이다. 케시 감독은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난 흑인이다. 인종차별 논란은 9월 7일 열리는 말라위와 나이지리아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프리카 지역 예선 경기 장소 문제로 불거졌다. 이 경기는 나이지리아 칼라바르에서 열릴 예정이다.

사인트피트 감독은 테러 위험이 있다며 FIFA에 경기장 변경을 요구했다. 그러자 케시 감독은 “사인트피트 감독이 경기장 변경 문제를 FIFA와 논의하려거든 벨기에로 돌아가라. 그는 아프리카 사람이 아니라 흰둥이(white dude)라 아프리카 사정을 모른다. 다른 나라들은 모두 칼라바르에서 경기를 한다. 칼라바르는 나이지리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다. 그는 미쳤다. 그 자의 면전에 대고 이 얘기를 해 주고 싶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나미비아, 짐바브웨,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대표팀에서 활동한 사인트피트 감독은 현재 무보수로 말라위를 이끌고 있다. 그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인이 아프리카인의 본성에 대해 무슨 말을 하면 봉변을 당한다”며 “나는 인종차별의 주체가 누구이든지 모두 반대한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와 말라위는 월드컵 아프리카 2차 예선 F조에서 각각 승점 9, 7점을 기록해 1, 2위를 달리고 있다. 조 1위만 최종예선 출전권을 얻기 때문에 두 나라는 이 경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백인에 대한 흑인의 ‘인종차별 역공’까지 겹쳐 이 경기는 그야말로 혈투가 될 전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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