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2일 현역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재가하면서 일절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가 모두 적시된 체포동의요구서를 봤음에도 침묵을 지킨 것은 이번 사건을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의 ‘공안정국’ 공동 기획으로 보여지지 않게 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2~3년 전부터 국정원 독자적으로 진행해온 이번 사건이 ‘순수한’ 공안사안이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던지려 했다는 해석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여러 차례 “사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했지만, ‘종북’이나 ‘내란 모의’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용어는 결코 사용하지 않았다. 수사기관이 객관적 증거에 의해 진행한 사건이 국회의 동의절차를 거쳐야 한다면 행정부 대표인 대통령은 당연히 재가하는 게 맞다는 ‘상식적인’ 논리만 폈을 뿐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지난해 6월 이 의원과 같은 당 김재연 의원의 국가관을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 경선부정과 종북 논란에 휩싸인)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국회는 국가의 안위가 걸린 문제를 다룬다.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국민도 불안하게 느끼는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회의원 자격심사를 통해 두 의원을 제명하는 문제에 대해서 역시 “(자진)사퇴가 아니면 그렇게 가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은 이번 사건을 접하며 더욱 굳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