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폭염만큼 뜨거웠던 유럽 이적시장… 웃은 토트넘, 고개 숙인 맨유

[친절한 쿡기자] 폭염만큼 뜨거웠던 유럽 이적시장… 웃은 토트넘, 고개 숙인 맨유

기사승인 2013-09-03 16:50:01


[쿠키 스포츠] 2013~2014시즌 유럽축구의 이적시장은 올 여름 북반구를 강타한 폭염만큼이나 뜨거웠습니다. 이적료 사상 최고액을 다시 한 번 경신했고 감독과 선수의 대이동이 발생하면서 ‘빅딜(Big deal)’도 잇따랐죠. 이적시장 마감시간인 2일 자정(현지시간) 직전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이뤄진 협상이 속출하면서 일부 구단은 성패의 갈림길에서 울고 웃었습니다.

이번에도 ‘빅딜’의 중심에 선 레알 마드리드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세계 축구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핫스퍼의 미드필더 가레스 베일(24·웨일스)의 행보였습니다. 왼쪽 풀백에서 탁월한 공격력을 발휘하며 미드필더를 거쳐 공격수로까지 전진한 베일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 3위(21골)를 차지한 최고의 ‘대어(大魚)’였죠.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는 베일을 영입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쏟아 부었습니다. 토트넘은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주도하며 이적시장 마감 하루 전까지 베일의 손을 놓지 않고 이적료를 끌어올렸죠. 양 구단의 지루한 줄다리기는 결국 토트넘이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이적료 사상 최고액을 넘겨받고 베일의 이적에 동의하면서 끝났습니다.

베일의 이적료는 8600만 파운드(약 1477억 원)로 알려졌는데요. 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포르투갈)가 2009년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옮기면서 기록한 기존 최고액(8000만 파운드)을 뛰어넘은 수치랍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2001년 지네딘 지단(41·프랑스·7500만 유로)과 호날두에 이어 세 차례나 이적료 최고액을 직접 경신하며 다시 한 번 ‘빅딜’의 중심에 섰습니다.



필요한 만큼 얻은 승자들… “이정도면 만족”

막강한 자본력만으로는 이적시장의 승자가 될 수 없겠죠. 레알 마드리드가 매년 이적시장에서 ‘빅딜’을 주도하고 승자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도 아마 그래서일 겁니다. 구단은 최소한의 자본으로 필요한 전력을 보충하고 선수는 자신의 몸값을 최대한 불리면서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이적시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베일을 육성한 뒤 사상 최고의 몸값을 받고 레알 마드리드에 넘긴 토트넘을 올 여름 이적시장의 승자로 꼽고 싶습니다. 베일의 이적료는 네덜란드 아약스의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21·덴마크)과 스페인 발렌시아의 공격수 로베르토 솔다도(28·스페인) 등의 몸값을 지불하고 남는 수준이죠. 토트넘은 에릭센과 솔다도를 보충하면서 상승한 전력이 베일의 공백에 따른 손실분보다 크다는 평까지 얻고 있습니다.

모나코는 ‘인간계 최강’ 라다멜 팔카오(27·콜롬비아)를 놓고 벌어진 명문 구단들의 영입경쟁에서 승리했습니다. 초여름까지만 해도 이적시장의 선두주자는 모나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시즌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공격력을 주도하며 리그 득점 3위(28골)에 오른 팔카오는 레알 마드리드와 맨유, 첼시 등 유럽의 주요 명문 구단들로부터 받은 러브콜을 모두 뿌리치고 모나코를 최종 선택했죠. 러시아의 부호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47)에게 구단 운영권을 맡긴 뒤 집중적인 투자를 받은 모나코는 팔카오를 필두로 전력을 대거 보강하며 올 시즌 초반 리그 선두(3승1무·승점 10)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아스날은 어떨까요. 아스날은 모처럼 거액을 들고 이적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종반까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여름 내내 변죽만 울리는 리버풀의 루이스 수아레스(26·우루과이)에게 휘둘리고 맨유의 웨인 루니(28·영국)와 레알 마드리드의 곤살로 이과인(26·아르헨티나)에게 시도한 영입 협상에도 실패했죠. 그러나 이적시장 마감 직전인 이날 이탈리아 팔레르모의 골키퍼 에밀리아노 비비아노(28)를 1년 임대로 영입하며 가장 취약한 포지션을 보강하고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25·독일)을 영입하는 ‘빅딜’까지 성사시키며 막판뒤집기를 보여줬습니다.



놓치고 퍼주고… “올 시즌 어쩌나”

아마 거의 모든 구단 관계자와 팬들이 이적 결과에 만족할 수 없을 겁니다. 다른 구단보다 자본과 운영 능력에서 앞선 명문 구단들일수록 더 그럴 수밖에 없겠죠.

올 여름 경우 맨유와 첼시 팬들이 가장 불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을까 합니다.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72·스코틀랜드)으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은 데이비드 모예스(50·영국) 감독이 수준급의 미드필더 영입을 목표로 이적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세스크 파브레가스(26·스페인)와 독일 바이에른 뮌헨의 티아고 알칸타라(22·이탈리아), 에버튼의 레이턴 베인스(29·영국)를 모두 놓치는 망신을 당했죠.

이적시장 마감 직전 에버튼에 이적료 2750만 파운드(약 470억 원)를 지불하고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26·벨기에)를 영입했지만 스페인 아틀레틱 빌바오의 안데르 에레라(24·스페인)의 마음은 끝내 돌려놓지 못했습니다. 모예스 감독은 펠라이니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영입에 실패하면서 올 시즌 초반 불거진 지도력 논란을 끊을 수 없게 됐습니다.

첼시의 경우 출발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조제 무리뉴(50·포르투갈) 감독의 복귀와 러시아 안지 마하치칼라에서 공격수 사무엘 에투(32·카메룬)를 영입하며 올 시즌 기대치를 높였죠. 문제는 오랜 부진에 시달린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29·스페인)를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루니의 영입 협상을 시도하다 실수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지난 시즌 기여도가 높은 후안 마타(25·스페인)를 루니의 이적료에 옵션으로 넣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협상 미숙’ 논란에 휩싸인 것이죠. 이적시장 마감 직전에 빅터 모세스(23·나이지리아)를 리버풀로, 로멜루 루카쿠(20·벨기에)를 에버튼으로 쉽게 넘긴 점도 오점으로 남았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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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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