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 박근혜&박정희 투데이] ‘철의 장막’ 구 소련 밟은 박 대통령
1.
박근혜 대통령이 9월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의 기간 러시아와 독일 이탈리아 카자흐스탄 정상들과 개별 양자 회담을 갖는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에 맞춰 러시아방송 ‘ltar-TASS’와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어떻게 하면 가난에서 벗어나서 우리 국민이 한번 잘 살아보나 오직 그 하나의 일념으로 모든 것을 바치고 가신 분이다”라고 얘기했다. 자신의 국가관과 정치철학을 묻는 질문에 답한 것이다.
2.
73년 9월 5일 동아일보에 ‘모스크에 다녀와서 유니버스아드대회참관기’가 연재됐다. 김규택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이 당시 공산 종주국 소련 모스크바를 다녀온 이야기가 실린 것이다. 물론 소련과 국교수립이 되지 않았다. 그저 멀리 해야할 ‘동토의 땅’ ‘철의 장막’이었다.
김 총장은 모스크바 유니시아드대회 참가를 위해 주일 소련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 그해 8월13일 공식 방문했다. 동서냉전 후 사실상 첫 방문한 한국인인이었던 셈이다.
김 총장은 5일자 연재에서 소련 여성들의 치마길이가 짧다거나, 50%가 넘는 여성취업률, 저출산 경향 등을 얘기했다. 자신에게 배속된 소련 운전기사는 아내의 벌이가 자신과 같아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내용도 실었다.
3.
그 당시 한국은 ‘여성취업’ ‘저출산’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 동서체제의 극한 대립에서 소련은 붉은 늑대로 묘사됐고, 금단의 땅이었다. 그런데 그 세상에 들어가 보니 여성이 무릎이 드러나는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고, 데이트남녀가 공원 벤치에 앉아 껴안고 있다니…대단한 문화충격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 같지만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소련, 중공, 북괴는 사람들이 아니라 늑대의 나라인줄 알았다. 그렇게 교육 받았다.
그 ‘금단의 땅’에 대한민국 ‘여성’ 대통령이 발을 디뎠다. 아버지 시대 적국에 말이다. 그것도 러시아가 환대해야할 경제대국 대통령으로 보무도 당당하게 ‘동토의 땅’을 밟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