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U 감정사전] 육신 - 멈출 수 없어
밤톨 익어가는 가을날, 밤나무 아래서 사랑을 나누면 까실까실한 육신(肉神)과 고슴도치 지신(地神)이 노해 좀처럼 사랑을 나눌 수 없어. 사랑할 수 없다는 그 절박함이 스무 살 청춘에겐 세상의 끝과도 같아 그저 지신을 노하게 밀어붙이고 또 밀어붙이고 하지.
무릎이 까이고, 팔꿈치가 까여도 그 청춘 멈추질 못해. 밤톨이 후드득 그 청춘 뒤통수를 때려도, 산지기 물푸레나무로 등짝을 친다해도 멈출 수 없어. 사랑은 폭주 열차와 같아 선로를 이탈하지 않는 한 멈출 수 없어. 멈출 수 없어. 육신과 지신이 노하더라도 어쩔 수 없어.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NOTES 박용창 작. ‘Bamboo No.1-2013’ ‘박용창 전’ 2013년 9월11일~17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30-10 갤러리 한옥(3673-3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