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16세의 가난한 네팔 소년 가네쉬 비쉬와카르마는 희망을 안고 카타르로 떠났다. 어머니에겐 돈을 많이 벌어 좋은 집을 지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카타르는 그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일자리를 구하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가족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취업하기엔 너무 어렸다. 취업 브로커는 그에게 가짜 여권을 만들어 줬다. 그 여권엔 그의 나이가 20세라고 적혀 있었다. 당연히 그 브로커는 비싼 수수료를 챙겼다.
두 달 후 비쉬와카르마는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그의 가족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 애는 건강했습니다. 기침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죽으리라곤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사인에 의문을 제기했다.
네팔 심장재단의 프라카쉬 라즈 레그미 박사는 “비쉬와카르마가 제대로 먹지 못한 상태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것 같다”고 밝혔다. 비쉬와카르마는 카타르에서 착취당하다 죽은 수많은 네팔 노동자들 중의 한 명이다. 매년 카타르에선 수십 명의 네팔인 노동자들이 공사장에서 목숨을 잃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6일(한국시간)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와 현장 취재를 통해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 준비를 위해 수천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노예처럼 부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ILO가 주카타르 네팔 대사관을 통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4일부터 한 달간 총 44명의 네팔 노동자가 월드컵을 위한 경기장과 도로, 철도 등 관련 시설 공사장에서 심장마비, 사고 등으로 숨졌다.
가디언의 취재 결과 네팔 노동자들은 비위생적인 곳에서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음이 드러났다. 12명이 한 방에서 생활하며, 식수를 제대로 공급받지도 못한 채 50℃를 넘나드는 사막 공사장에서 12시간이나 일한다.
네팔 노동자들은 귀국하려 해도 임금 체불에 발이 묶인다. 카타르 부동산 개발 회사의 한 관계자는 “네팔 노동자들이 공사장을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보통 두 달간의 임금을 항상 연체해 둔다”고 밝혔다. 일부 고용주는 이들의 신분증을 빼앗아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네팔 노동자들은 일자리 중개 회사에 큰 빚을 진 상태이며, 이 빚을 갚을 때까지 무보수로 일해야 하는 처지다.
카타르의 월드컵 경기장 공사 인력의 90%는 이주 노동자로 이뤄져 있고, 앞으로 월드컵 준비를 위해 총 150만 명 정도의 인력이 동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10만명 가량의 네팔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카타르로 건너와 있다.
천연가스와 원유가 펑펑 쏟아지는 카타르는 ‘오일 머니’로 사막에 낙원을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낙원의 이면엔 외국인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이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