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노인의 날(2일)을 맞았지만 주위의 무관심 속에 쓸쓸한 죽음을 맞는 독거노인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의 도심 주택가 단칸방에서 숨진 지 5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60대 할머니의 시신이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추위를 피하려는 듯 두꺼운 겨울옷을 잔뜩 껴입은 채였다.
지난 30일 오전 11시35분쯤 산동네인 부산진구 초읍동 허름한 주택에서 이 집에 세 들어 사는 김모(67)씨가 숨져 있는 것을 집주인(68)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김씨는 완전한 백골 상태였으며 목장갑을 끼고 겨울옷을 아홉겹이나 입고 있었다. 집안에는 냄비 등 가재도구가 있었지만 음식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홀로 살아온 김씨가 추위와 굶주림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김씨의 건강보험료가 2008년 8월 이후 체납돼 독촉장이 쌓여 있었던 점 등으로 미뤄 사망 시점이 2008년 말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1999년부터 보증금 700만원, 월세 10만원에 10㎡ 남짓한 단칸방에서 혼자 살았다. 김씨는 외부 출입을 거의 하지 않아 동네 180여 가구 주민들도 김씨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집주인도 2002년부터는 김씨를 만나기 힘들어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고 보증금으로 월세를 충당했다. 기초생활급여 신청도 하지 않아 김씨를 찾아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김씨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인근 사찰에서 청소를 하며 지냈지만 이후에는 무슨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는 철저히 혼자였다. 결혼도 하지 않았고 친구도 없었다. 경찰이 수소문 끝에 찾아낸 유일한 혈육인 이복오빠도 “어릴 적 헤어져 40년째 보지 못했다”며 시신 수습을 거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현재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125만2000명으로 전체 노인(613만8000명)의 20.4%에 해당된다. 노인 4명 중 1명이 혼자 사는 셈이다. 2035년에는 베이비붐 세대의 이혼과 사별로 독거노인이 343만명으로 늘어 고독사의 잠재적 뇌관이 될 전망이다.
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일영 조원일 기자, 민태원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