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2009년 “자동차가 없어졌다”는 이씨의 동거녀 심모씨의 신고를 받고 서울의 한 주유소로 출동했다. 현장에 차는 없었지만 심씨는 “이씨가 차를 어딘가에 세워 놨다”고 말했다. 이씨는 술 냄새가 났고 경찰을 보자 달아나려 했다.
경찰은 이씨가 음주측정을 거부하자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심씨의 차는 주유소에서 25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고 차 안에서도 술 냄새가 났다. 경찰은 이씨의 면허를 취소했고 검찰은 음주측정을 거부한 혐의로 이씨를 기소했다.
형사재판에서 심씨는 ‘이씨가 차를 운전했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대법원은 2011년 “다른 증거들만으로는 음주운전 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이씨는 국가를 상대로 5200만원 상당의 민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현행범 체포 요건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기관의 불법체포로 이씨가 손해를 입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면허 취소와 검사의 공소 제기는 정황상 정당했다고 보고 이씨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