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언론과 출판, 영화, TV 등을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하 광전총국)이 지난 12일 각 지역 위성방송국들에 ‘2014년 종합채널 프로그램 편성 및 준비에 관한 통지’를 전달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 통지에 따르면 각 지역 위성방송국은 내년부터 보도 문화 생활서비스 등에 대한 프로그램을 전체 방송의 30% 이상 차지하도록 편성할 것을 명시했다.
광전총국은 통지문에서 ‘외국판권 프로그램을 매년 1개 이상 편성해서는 안 되며 판권을 산 당해연도부터 오후 7시30분∼오후 10시 사이에는 방송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시간대 외국 프로 편성 제한은 5년여 전부터 있어 왔으나 1개 이상 편성 제한은 새로운 조치다.
또 외국 프로를 방송하려면 2개월 전에 당국에 보고해야 하고 매년 연말에 관련 보고서도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외국 대중문화 유입을 막은 셈이다.
이와함께 오락프로그램에 대한 통제도 강화했다. 가수선발 등 오디션 프로그램을 황금시간대(오후 7시30분∼오후 9시30분)에 방송하려면 사전에 광전총국 심사를 거쳐야 하며 이마저도 분기당 한 개로 제한했다.
지난 7월 무렵만 하더라도 중국에 수출된 SBS ‘K-팝스타’, M.net의 ‘수퍼스타 K’의 포맷이 각각 ‘중궈싱리량(中國星力量)’ ‘워더중궈싱(我的中國星)’의 이름으로 방영됐다. 이들 프로는 시청률 1% 넘으며 인기를 끌었다. 중국은 채널이 워낙 많아 전국시청률 1%가 넘으면 인기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이번 조치는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강조하는 ‘호화·사치·겉치레 풍조 금지’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광전총국은 지난 7월에도 가수선발 프로그램에 대한 신규 제작을 금지하면서 “모든 TV 매체는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 호화, 사치, 겉치레가 없도록 힘써야 한다”고 지침을 내렸고 이에 따라 각 방송사는 자체 검열로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이 같은 통제는 ‘중국판 한류’를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속내에서 나온 것이다. 자국 방송 프로그램을 육성해 해외 마케팅에 활용하겠다는 중국 이미지 전략의 일환이다.
그러나 당장 중국 내 반발도 만만찮다. 방송프로그램 등에 대한 획일적인 통제 같은 강압적 ‘정풍운동’은 마오쩌둥 시대를 떠올리게 할 뿐 아니라 오히려 시민사회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중미디어연구소 조재구 소장은 “중국의 각 성 단위 위성방송국은 전국에서 볼 수 있는 채널인데 이를 규제하면 한국과 미국 프로그램이 당장 퇴출되기 쉽다”며 “특히 한류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이 같은 규제는 우리 콘텐츠 산업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프로그램 콘텐츠를 주도하고 있는 CJ E&M 관계자는 “중국의 이러한 조치는 우리 연예 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중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나온 이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가 면밀히 분석해 전략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