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수사해야 정권에 부담없어’…軍, 사이버사령부 압수수색

‘미리 수사해야 정권에 부담없어’…軍, 사이버사령부 압수수색

기사승인 2013-10-23 02:50:01

“상부와 무관한 개인댓글 진술”

[쿠키 정치] 국방부가 국군 사이버사령부 일부 요원들의 정치댓글 의혹과 관련해 22일 사이버사령부를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국방부는 또 “사이버사령부 소속 4명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고 별도의 (상부) 지시는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합동조사본부는 이 같은 내용의 사이버사령부 ‘정치댓글 의혹’ 관련 합동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본부는 지난 15일부터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사실관계 확인 차원의 조사를 벌여 왔다. 합동조사본부는 “4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이 사이버사령부 소속 군무원 3명과 현역(부사관) 1명의 것으로 확인됐고 본인들은 자신의 계정이 맞다고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본부는 특히 국정원이 예산으로 사이버사령부를 통제했다는 주장에 대해 “국정원으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은 없으며 정보 관련 예산은 국방부에 편성되는 국방비”라고 반박했다.

국방부는 이어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대 차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 여타 기관과의 연관성 등을 밝히기 위해 오늘부터 수사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국민에게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하고 투명하게 수사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수사착수 배경을 강조했다.

군 수사기관은 수사확대에 대비해 사이버전문가 10여명을 포함한 수십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구성했다. 조사본부에서 개편된 수사본부는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요원과 간부들의 PC, 사무실, 개인서류, 국방부 등으로부터 받은 공문 등을 압수해 정밀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국방부 관계자는 “조사본부에서 사이버사령부와 해당 요원, 해당 지휘계선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국방부사이버개입진상조사단은 국방부의 중간조사 결과에 대해 “증거인멸을 위한 시간벌기용”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진상조사단은 성명을 통해 “국방부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 주체가 될 수 없다”며 “지금까지 확보한 사실과 자료는 언제든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국민 앞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중 김아진 기자 jjkim@kmib.co.kr

野 “정치댓글 몸통, 특검해서라도 규명” - 與 “軍 끌어들이지 말라”

국회 국방위원회의 22일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는 국군 사이버사령부 일부 요원들의 정치댓글 작성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국방부는 사이버사령부 요원 4명의 정치댓글 작성을 개인적 일탈행위라며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는데 몸통이 누구인지,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이 어디까지인지 특검을 통해서라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안규백 의원은 “국지전 부대인 사이버사령부는 (국방부 직할 부대보다는) 성격상 합참이 지휘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윤희 합참의장은 “지난 7월부터 합참 내에 사이버전 전담부서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담부서가 편성 완료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국방위 소속 의원들은 국감 도중 ‘대선 무력화 정쟁에 국방부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방부가 중고도 요격체계인 ‘사드’(THAAD)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거진 미국 미사일방어(MD) 편입 혼선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은 “국방부의 오락가락 태도와 말 바꾸기로 인해 미 MD 편입 논란이 더 가중됐다”며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의 핵심인 요격미사일에 대해 해군은 SM-3를, 공군은 THAAD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각 군이 주도권 싸움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더 이상 국론분열을 초래하는 미국의 MD 전력을 확보하기보다는 현재 우리 군이 추진하고 있는 패트리엇 성능개량, 현무 2차 성능개량 사업, 고도 50㎞이상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L-SAM) 연구개발 등의 전력화 사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댓글활동 정부 포상 없었다” 사이버사령관 표창은 인정

국방부는 22일 국군 사이버사령부 정치댓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이 제기한 주장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가정보원 예산 지원 여부=국방부는 국가정보원이 예산으로 사이버사령부를 통제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국방부는 사이버사령부 등 부처 내 정보 업무 예산을 편성할 때 국정원이 개입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가정보원법에 따라 정보·보안 예산의 중복 방지를 위해 국정원이 (예산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또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사이버사령부 1처장·530단장 등이 같은 시기에 합동참모본부에 근무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전 차장은 2011년 2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 합참 민군심리전부장으로 근무해 3명이 같은 시기에 근무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참 국정감사에서 “이 전 차장은 2011년 1월 1일부터 4월 5일까지 근무했고 사이버사령부 1처장은 2011년 1월 24일까지 근무하다가 정보본부로 옮겼다”며 “근무 시기가 겹친다”고 반박했다. 이에 국방부는 “인사명령에 의한 공식기록에는 같이 근무하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고 재차 해명했다.

국방부는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활동 성과로 대대적 포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대선 직후 사이버심리전단에 대한 정부 포상 및 장관 표창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이버심리전단 6명에 대해 사령관 연말 정기 표창을 수여한 사실은 인정했다. 또 지난 2월 대통령 표창을 받은 4급 군무원 1명은 국정과제인 핵 안보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유공자로 인정됐다며 정치댓글 작성과의 연계 의혹을 부인했다.

◆청와대 비서관 보은인사 논란=국방부는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의 보은 인사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연 비서관이 본래 정책특기 전문가일 뿐 아니라 과거 이명박정부 때에도 국방부 정책기획관이 수개월 만에 국방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연 비서관은 지난해 11월까지 2대 사이버사령관을 지내다 국방부 정책기획관으로 임명됐다. 이어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파견됐다가 현 출범 후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국방부는 또 사이버사령부가 대선 전 대규모 군무원을 선발해 활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수요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2010년에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2011년에는 3·4 디도스 공격, 농협 금융전산망 공격 등 사이버심리전이 집중됐다”면서 “2012년에도 북한의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예상돼 군무원 79명을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방치땐 정권에 큰 부담… 軍, 자체수사로 논란 조기 진화

국방부가 22일 국군 사이버사령부 일부 요원들의 정치댓글 의혹 조사를 수사로 전환한 것은 군의 조직적 개입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어 이를 조기에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의 공소장변경 신청으로 대선개입 논란이 커진 국가정보원과 사이버사령부의 연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이를 방치할 경우 정권 차원에서 큰 부담이 된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야당이 특검 수사를 요구하고 있어 자체 수사로 실체를 파악한 뒤 대응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전략도 있다. 특히 국정감사 기간에 야당의 공격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소나기’를 피해가겠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정치적 성향의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된 사이버사령부 요원 4명이 조사 과정에서 블로그와 트위터에 개인 차원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만으로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따라서 향후 수사는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정치댓글 작성이 상부의 지시를 받아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국정원과 공조했는지 등을 밝히는 데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합동조사 중간결과 발표 내용은 언론과 정치권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는다. 군무원 3명과 현역 부사관 1명 외에 다른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추가로 글을 올린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야당은 추가 ID와 댓글을 확보했다며 군 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정치댓글을 작성한 4명 중 일부 요원은 같은 팀에서 활동해온 것으로 밝혀져 상부로부터 지침을 공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이버사령부 전반으로 수사 확대가 불가피한 이유다.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지난해 12월 11일 국정원 여직원 댓글 의혹 사건이 불거진 다음날 갑자기 글을 삭제한 배경도 밝혀야 할 대목이다.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가 연계돼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사령부 요원과 국정원 직원이 서로 트위터 글을 재전송(리트윗)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합동참모본부 국감에서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개인 블로그와 트위터 방식을 이용해 여러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많은 사람들이 리트윗했는데 국정원 요원도 가담했다”며 “국정원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국감에서 사이버사령부 정치댓글 문제가 제기된 직후에 300여건의 글이 동시에 삭제됐는데 이는 조직적인 대응”이라며 “수사를 하면 (삭제된 부분이) 복원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전재우 기자
jjkim@kmib.co.kr
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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