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사랑할수록 깊어가는 슬픔에/ 눈물은 향기로운 꿈이었나/…/ 눈물로 쓰여진 그 편지는/ 눈물로 다시 지우렵니다.’
공연장에 그의 노래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이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한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노랫말처럼 ‘가을을 남기고’ 떠나는 가수의 마지막을 팬들은 뜨거운 박수로 배웅했다.
무대의 주인공은 가요계 최고의 디바 패티김(본명 김혜자·75)이었다. 2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패티김의 은퇴 공연 ‘굿바이 패티’는 그의 55년 가수 인생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패티김은 강한 카리스마를 풍기며 수많은 히트곡을 열창했다.
이날 공연은 오후 4시20분쯤 대북 연주자들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펼쳐지며 막을 올렸다. 근사한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등장한 패티김은 ‘서울의 찬가’ ‘서울의 모정’ 등을 노래한 뒤 이 같이 말했다.
“오늘 공연을 앞두고 초조하고 두려웠어요. 물론 (오늘이 마지막 콘서트라는 게) 서운하기도 하죠. 미련도 있죠. 하지만 오늘만 지나면 저는 자유로워져요. ‘살이 찌면 어떡하나’ ‘의상은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목이 쉬면 큰일인데’…. 이제는 이런 걱정 안 해도 되네요. 앞으로는 김치에 밥에 아이스크림에 도넛, 마구 먹을 수 있겠네요(웃음). 아임 프리(I’m Free)!”
공연엔 대북 연주자 외에 25명에 달하는 오케스트라와 50명 규모의 합창단도 함께 했다. 패티김은 이들과 함께 ‘못 잊어’ ‘초우’ ‘가시나무새’ 등을 차례로 노래했다. 패티김은 “55년간 많은 사람들로부터 정말 큰 사랑을 받았다. 행복하다. 진정한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패티김은 1958년 미 8군 무대에서 처음 노래를 시작했다. 그는 그윽한 음색과 독보적인 카리스마, 세련된 무대 매너로 인기를 끌었고 오랜 기간 가요계 정상의 자릴 지켰다. 그가 보유한 기록만 열거해도 끝이 없을 정도다. ‘일본 정부가 공식 초청한 최초의 한국 가수’(1960년), ‘대중 가수로는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78년) ‘한국 가수 최초 미국 카네기홀 공연’(89년)….
패티김은 지난 2월 은퇴를 선언하고 서울을 포함해 전국 22개 지역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그의 ‘은퇴 투어’를 찾은 관객 수는 10만명이 넘는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