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처음 서울을 방문한 노무라 목사는 청계천변 판자촌에서 가난과 질병으로 속절없이 죽어가는 빈민들의 참상을 목격하고 빈민구제 및 선교에 뛰어 들었다. 1980년대 중반까지 50여 차례 서울을 오가며 ‘빈민운동의 대부’ 고(故) 제정구 의원(1944~99), 화성 활빈교회 김종길 장로 등과 함께 빈민구제 활동에 헌신했다.
독일, 호주 등 해외에서 모금활동을 해 20여년간 2000여명의 국내 빈민 아동들의 주린 배를 채워줬고 청계천과 경기도 화성 등에 빈민자활공동체 탁아소를 세우는 데 힘을 보탰다. 70년 중후반 청계천 판자촌이 철거될 운명에 처하자 도쿄에 있는 자신의 집을 팔아 빈민들의 화성 집단 이주에 필요한 자금을 대기도 했다.
2006년엔 빈민 구제·선교사업을 하며 찍거나 모은 청계천 판자촌 관련 사진과 메모, 서울 지도 등 1970년대 청계천 역사와 도시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 800여점을 서울시에 기증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피해 지역 한인들에게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2012년 2월에는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가곡 ‘봉선화’를 플루트로 직접 연주하고 헌화하며 일본 제국주의의 잘못을 대신 속죄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2013년 명예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노무라 목사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노무라 목사는 기념식에서 “일본이 과거 한국에 저지른 잘못을 (나라도) 갚아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한국인들에게 봉사해 왔다”며 “명예서울시민이 돼 영광이며 앞으로도 그런 소명의식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시는 저소득층 여성 홈방범서비스를 지원하고, 범죄예방을 위한 학교보안관 파견 활동 등을 해온 ADT캡스코리아 대표 브래들리 켄트 벅월터(49·미국)씨, 외국기업 투자유치 등 서울의 비즈니스 활성화에 기여한 리처드 힐(48·영국)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그룹 대표, 북한주민의 한국 정착을 지원한 호사냑 요한나 제노아(39·폴란드) 북한인권시민연합 부정책관 등 14명에게도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시는 1958년부터 서울의 발전에 기여한 외국인들과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 원수, 외교사절들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