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이탈리아’ 난민 구한 어부, 범죄자 취급

‘비정한 이탈리아’ 난민 구한 어부, 범죄자 취급

기사승인 2013-10-28 17:35:01
[쿠키 지구촌] 수백명의 난민을 태운 배가 침몰하자 구조에 나선 어부가 처벌 받을 위기에 놓였다. 전세계 네티즌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신은 최근 “이탈리아가 람페두사 침몰선 사건으로 논쟁을 시작했다”며 “난민들을 도운 어부가 피니보씨법(Fini-Bossi)에 의해 처벌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피니보씨법은 2002년 7월에 통과된 이탈리아 공화국법으로, 불법 이민자를 추방한다는 내용이 중심이다.

논란은 지난 3일 람페두사의 어부 ‘비토 피오리노(Vito Fiorino)’씨가 물에 빠진 난민을 구조하면서 불거졌다.

난민들은 엔진 고장으로 배가 움직이지 않자 지나가는 선박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선박들은 피니보씨법이 무서워 구조를 외면했다. 난민들은 상황이 다급해지자 해양구조대의 주의를 끌기 위해 간판에 불을 지폈고 이는 화재로 이어져 500여명 전원이 물에 빠졌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피오리노씨는 다른 어부들과 합세해 난민들을 육지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해양구조대에 구조 요청을 보냈지만 구조대는 현장에 도착해 오히려 피니보씨법을 근거로 구조 활동을 만류했다. 피오리노씨 등의 활약으로 많은 생명이 목숨을 건졌다. 탑승객 500여명 중 130여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다쳤다.

고귀한 생명을 구한 영웅에게 이탈리아 당국은 냉혹했다. 경찰은 피오리노씨를 피니보씨법 위반 혐의로 연행하고 배까지 압류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네티즌들이 이탈리아 당국을 비판하고 있다. 사람이 물에 빠져 죽어가는데도 이를 구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과연 정당하냐는 것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에는 이와 관련한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사람을 구하기는커녕 죽이는 법”이라며 “몰상식의 극치”라고 힐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지희 기자 chocochun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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