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학교는 여전히 가해 학생들만 걱정하네요. 벌을 받아야할 사람들이 응당한 처벌을 받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전남 순천의 A초등학교에서 3학년 여학생이 급우 10여명으로부터 수개월 동안 폭행을 당한 사건과 관련, 피해 여학생의 학부모가 교육 당국의 미온적인 대처를 비판하는 글을 남겨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한편 학교와 경찰 등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해주길 요구하고 있다.
네티즌 A씨는 29일 국민일보에 ‘순천 A초등학교 폭행사건 현재상황’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피해 여학생의 부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남긴 글을 전달해왔다. 국민일보는 지난 24일 오전 10시 사건을 첫 보도했다.
피해 여학생의 학부모인 B씨는 A학교가 여전히 관련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B씨는 글에서 “25일 오후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참석했지만 가해 학생조차 나오지 않는 등 필수적인 준비조차 돼있지 않았다”며 “심지어 위원들조차 14명의 가해학생들이 어떤 폭행을 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였다”고 적었다.
B씨는 앞서 지난 23일 한 포털사이트에 딸이 폭행을 당했다는 고발글을 올렸다. 그는 글에서 딸이 10여명의 급우로부터 수개월간 폭행을 당했으며 심지어 일부 가해학생들은 딸을 폭행하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고 전했다.
동영상에는 찍지 말라는 피해자의 절규에도 가해학생들이 머리채를 잡고 얼굴에 폰을 들이대고, 물을 뿌리거나 등에 주먹질을 하고, 무릎을 꿇리고, 온갖 욕설에 괴성에 고함을 지르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또 A학교측이 이번 사건과 관련, 교육청 관계자가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으로 착각하고 교육청 장학사에게 전화를 걸어 화를 내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B씨는 “피해자가 이렇게 억울하게 당하는 상황에서 학교는 이런 걱정만 하고 있다”며 “정말 한 번 피해자는 영원한 피해자인가 하고 생각했다”고 허탈해했다.
B씨는 그러나 “기사가 나간 뒤 교육청은 물론 교육부 등에서도 확실하게 해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허망함과 억울함에 힘들어하던 가족에게 희망이 생겼다. 힘없는 저희 가족이 학교측의 만행에 당하는 걸 보고 하늘이 도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벌을 받아야할 사람들에게 응당한 처벌이 가길 바란다”며 “2차 피해가 두려워 적당히 합의하지 않겠다. 이제 열 살인 가해 아이도 우리 아이도 이번 일을 기회로 바르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글은 인터넷 커뮤니티 곳곳으로 퍼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어린 학생들마저 폭력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 사회는 절망만 남게 될 것이다. 가해학생들이 부디 처벌받고 학교도 반성하길 바란다”고 적으며 응원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국민일보 쿠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안이 중대하고 많은 학생들이 연루돼 있어 조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고 있다”며 “조만간 조사를 마치고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는 아무 것도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