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1.
박근혜 대통령이 헤어스타일을 바꿨다. ‘업스타일’을 한 층 강화해 귀를 과감하게 드러냈다. 웨이브도 멋스럽다. 컷트를 좀더 쳤기 때문인지 이전보다는 좀더 단단해 보인다. 어딘지 자신감이 묻어 나오는 듯 하다.
박 대통령은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 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이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드러냈다. 이날 헤어스타일은 바뀌었지만 옷은 구세군 군령 같은 복장 그대로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연상시키던 분위기는 약화됐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의혹 문제에 대한 침묵을 접고 원칙론을 펴며 단호하게 돌파할 것을 밝혔다. 여자의 헤어스타일 변화에 대한 속설을 믿게 만드는 듯 하다.
2.
앞서 박 대통령은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시구를 했다. 올림머리가 길어 머리끈을 묶은 채였다. 이번에 그 뒷머리카락을 컷트해 단정하게 한 것이다.
이를 두고 JTBC 토크 프로그램 ‘썰전’에서 강용석이 “박 대통령은 마치 결혼식 폐백 머리를 하고 캐주얼 의상을 입은 사람 같았다”며 “시구를 할 때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을 하고 거기에 모자를 썼다면 더 좋았을것”이라고 평했다.
3.
한국 현대사, 더나아가 고려시대 이후 첫 여성대통령이다 보니 박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화제가 된다. 또 일국 지도자의 제스처와 소품 등은 ‘정세’를 읽는 텍스트가 되다 보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관찰자의 시선이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박 대통령의 헤어스타일 변화를 두고 ‘작은 이야기(smalltalk)’ 정도 스스럼없이 해야 한다. 특히 비서관회의에서 ‘멋대가리 없는(?) 한국 남자들’ 말이다.
비서관들이 알아주면 박 대통령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헤에스타일 바꾼 건 중년의 위기 때문”이라고 농담하듯 여지를 가질 것 아닌가. ‘무뚝뚝한 한국 남자’ 속에 둘러싸여 농담 한 마디 할 여유를 갖지 못하는 우리의 여성 대통령이다. 청와대 비서관들의 티 타임 농담이 가십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청와대 남자들.
어려워 말고 덕담과 농담들 좀 하시라. 경연(經筵) 분위기가 대통령 얼굴에 묻어나는 거 아실 것 아닌가. 대통령의 파안대소와 '뼈 없는 농담'은 국민을 편안하게 만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