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까고’ 보자… 대화록에 비망록에, 정치권은 ‘묻지마 폭로’ 대결중

일단 ‘까고’ 보자… 대화록에 비망록에, 정치권은 ‘묻지마 폭로’ 대결중

기사승인 2013-11-02 12:46:00

[쿠키 정치] 정치권에서 ‘묻지마 폭로’가 횡행하면서 관례적으로 지켜졌던 최소한의 ‘신의’는 사라졌다. 새누리당이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일방 공개해 정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당마저 야권 후보 간의 단일화 협상을 누설했다. 정치권이 진영논리에 갇혀 최소한의 원칙마저 저버리고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화록·비망록 다 공개, ‘신의는 없다’=여야는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되면서 5개월 가까이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대화록을 둘러싼 정쟁은 대화록 원본 실종, 검찰 수사라는 후폭풍을 낳으면서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종합상황실장이던 홍영표 의원은 지난 31일 대선 비화를 담은 ‘비망록’을 출간해 대선 패배에 대한 ‘안철수 책임론’을 제기했다. 대선이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단일화 후보 측이 단일화를 양보한 파트너에게 패배 책임을 넘긴 것이다. 안 의원 측은 즉각 “남의 탓을 하지 않을 때가 한번도 없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동안 야권연대는 물 건너가고 단일화 협상 내용을 두고 책임공방만 남게 됐다.

두 사례 모두 일방적 폭로가 정쟁으로 이어진 유형이다. 이런 ‘막무가내 공개’가 민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골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시도지만 국민을 분열시키고 여야 사이의 증오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상대방을 흠집내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진영 정치’가 정치의 기본 골격이 되고 있다”며 “정책과 국정운영 능력으로 평가받지 않고 ‘편가르기’나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 되고, 국민도 그 틀에 따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 내용을 한 달여 뒤 방송을 통해 슬쩍 공개하면서 청와대와 공방을 벌인 것도 불필요한 논쟁이었다는 지적이 있다.

◇비망록 여진 계속=홍 의원은 이날도 트위터를 통해 “국감을 마친 다음주부터 이야기할 제 비망록이 본의 아니게 어제 뉴스를 탔다”고 밝혔다. 국감 이후 본격적으로 대선 ‘뒷이야기’를 하겠다는 말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맹비난했던 친노(親盧·친노무현)계가 단일화 협상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이중적 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대화록이 공개됐을 때 ‘어느 나라가 한국과 대화하려 하겠느냐’고 했던 친노계가 야권의 비공개 협상을 일방 폭로했다”며 “이제 어느 누가 민주당과 연대하려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문 의원은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당시 “개탄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당내에서는 대선 협상 기록은 당의 ‘공적 기록물’인데 홍 의원이 사유물처럼 출판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도 공방에 가세했다.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문 의원 측은 자중자애하길 바란다”며 “비망록 공개 같은 정치공학적 노림수가 아니라 최근 2년 사이 대선·총선에서 국민 선택을 받지 못한 엄중한 현실을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채익 의원은 국정감사대책회의에 참석해 “지난 대선에서 밀실야합, 뒷거래 정치가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졌다는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국정원 정치 글 사건보다 더 추악하고 부도덕한 사건”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김동우 기자 joylss@kmib.co.kr
조현우 기자
joylss@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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