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1. 공지영. 소설가 공지영(50)에게 쏟아지는 온라인상의 말에는 독을 품고 있습니다. 호불호가 분명한 네티즌들은 ‘소신껏’ 트위터로 말을 날리는 그녀가 싫은 모양입니다. 그녀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참 유난스럽습니다.
공지영이 최근 장편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를 냈습니다. 발간 이틀 만에 11만부가 팔렸지요. 서점 및 출판가에선 “역시 공지영”이란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신과의 씨름’을 통해 인간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소설입니다.
공지영은 전작 ‘도가니’를 통해서 권력도, 언론도 손대지 못한 사회복지 시설의 비리를 드러냈습니다. 작가의 펜은 분명 칼보다 강했습니다.
2. 그런데도 ‘우리 시대의 작가 공지영’에게 험악한 네티즌의 마녀재판이 계속됩니다. ‘적’으로 삼고 섬멸하려 듭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말도 안되는 좌파로 몰기도 하고요. 결혼 문제를 가지고 저열한 시비를 붙기도 합니다.
이번 소설이 11만부가 팔렸다니 한 네티즌이 ‘기가 살아 설쳐 대겠군’하고 비꼽니다. 그 뒷말은 더 심한데 생략하겠습니다.
3. 맹자에 ‘爾爲爾, 我爲我(이위이, 아위아)’란 말이 있습니다.
‘너는 너이고, 나는 나이다’
'뜻이 높은 사람은 세상 풍속에 의해 동요되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풀 수 있습니다. 즉 '비록 네가 내 곁에서 예의에 어긋나는 태도를 취하더라도 나의 청렴결백을 더럽힐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4. '공지영은 공지영'입니다.
이 말은 반대로 다양한 생각을 지닌 우리 개인은 ‘나는 나이다’란 얘기가 됩니다. ‘나는 나이고’ 싶으면 ‘너는 너’임을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되려면 서로가 옆에서 예의에 어긋나지 않아야 됩니다. '내가 너'일 수 없듯이 '네가 나'일 수 없으니까요.
5. 새정부 들어서 생각을 표현하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생각의 획일화를 강요하는 문구가 도로변 횡단막으로 점령했습니다. 안보장사꾼들이 활개가 예수 시대 성전 안 비둘기 장사꾼들 같습니다.
부자라면 무조건 부도덕하다며 앞뒤 안가리고 욕하고, 밀양 송전탑 설치 지역 주민을 옹호하면 좌파로 몰아 대는
이웃의 무례는 언제쯤 끝이 날까요?
6. 너는 너이고, 나는 나입니다.
우 아니면 좌, 둘로 갈려 한쪽으로 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참 싫습니다.
박인환 시 ‘목마와 숙녀’의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라는 구절의 한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7. 너는 너이고, 나는 나입니다. 공지영은 '우리 시대의 작가'인 '너'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