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정부 "정당해산 처음"? '살인의 추억', 재판도 없이 해산한 적 있다."

"[전정희의 스몰토크] 정부 "정당해산 처음"? '살인의 추억', 재판도 없이 해산한 적 있다."

기사승인 2013-11-06 10:06:00

[전정희의 스몰토크]

1. “통진당은 창당 목적과 정당 활동의 두 측면에서 모두 ‘위헌 정당’으로 판단된다.”

정부가 5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 정당해산심판청구서에 적시한 내용입니다.

정부는 통진당이 “북한식 정권수립을 추구한다”고 보고 이날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위헌정당해산 심판 청구의 건’을 심의·의결했습니다. 헌정 사상 첫 정당해산 심판청구입니다.

사실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을 심판할 수 있게 된 것은 독재 정권이 마음대로 정당해산을 할 우려가 있어 심판 입법된 것입니다. 따라서 심판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진일보한 결과이죠.

2. 성경 전도서 1장 9~10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가 있기 오래 전 세대들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3. 정부가 ‘헌정 사상 첫 정당해산 심판청구’라고 했지만 그건 법조문상 상 그렇습니다. 내용 상으로는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는’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4. 1958년 1월 13일의 일입니다. 조봉암이 창당한 진보당에 군수사기관이 들이닥칩니다. 그들은 양명산이란 간첩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조봉암에게 공작금을 제공했다며 그를 구속합니다. 진보당 강령 가운데 하나인 평화통일론도 북한 주장에 동조한 것이라는 내용도 구속 근거였습니다.

그리고 58년 2월25일 진보당은 등록 취소됩니다. 사법적 결정이 나기도 전에 그리 됐습니다.

5. 조봉암은 제헌 국회의원으로 당선됐고 이승만이 농림부장관으로 임명한 인물입니다. 지금의 농림수산식품부죠. 한데 당시 농림부장관을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안됩니다. 그 시절엔 농림부가 지금의 ‘산업’에 해당했습니다. 또 농지개혁 문제와 친일 지주 소유 땅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할 정치적 현안을 놓고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였습니다.

그걸 이승만 대통령이 조봉암에게 맡긴 겁니다. ‘적’이었다고 생각했으면 맡겼겠습니까?

그런 두 사람은 사이가 틀어집니다. 조봉암이 이승만의 장기집권을 막으려 52년과 56년에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기 때문이죠.

56년 선거때 이승만은 82세였습니다. 이 선거에서 이승만은 조봉암이 두려워 온갖 부정선거를 자행했습니다. 조봉암이 ‘이기고도 진’ 선거였지요. 이승만은 이때 조봉암을 죽이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6. 구속된 조봉암은 그해 7월 1심 재판에서 ‘간첩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징역 5년을 선고 받습니다. 우익단체에서 난리가 났지요. “용공판사 물러가라”며 연일 시위였습니다.

그리고 이후 이승만 대통령의 메시지를 알아챈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조봉암에게 사형 판결을 내립니다. 대법 사형 판결 확정은 59년 2월이었습니다.

조봉암은 재심을 청구했고 그해 7월 30일 재심이 기각됩니다. 그리고 다음날 조봉암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집니다. 무서운 정치보복이었고 사법 살인이었죠. 평생 빨갱이 잡는데 앞장섰던 이승만의 오른팔 장택상 전 국무총리조차 나서 구명운동을 펼쳤으나 무위로 끝나고 맙니다. 이 대통령 '독기' 대단했었습니다.

7. 그 비슷한 상황이 2013년 오늘날 재현됩니다. 정부는 이같은 사례가 없었다는 듯 “1948년 정부가 수립되고 65년 정당 해산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가 헌법재판소에서 확정되면 독일 2건, 터키 1건에 이어 네 번째가 된다”고 밝혔습니다. 말이야 맞는 말이죠.

한데 재판도 필요 없이 정당을 해산한 사례가 58년 2월에 있었습니다. ‘우리가 있기 오래 전 세대들에도 이미 있었’지요.

8. 이 사례를 살펴 보면서 지난 10월30일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통합진보당에 표를 준 8.2%의 유권자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에서 보자면 빨갱이 들인 거죠.

9. 분단된 나라에서 살다보니 살아내기가 참 힘겹습니다. 법조인들은 재판을 앞두고 얼마나 몸고생, 마음고생이겠습니까?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야 ‘설국열차’ 맨 앞자리를 갈 수 있으니 말이죠.

그래도 재판은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에 감사해야 하나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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