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포수 강민호(28·사진)가 4년 총액 75억원의 FA ‘초대박’을 터뜨리자 일각에서는 ‘거품’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1000경기 출장 20대 포수’라는 보기 드문 선수라는 점 등에서 강민호의 가치가 올라갈 수 밖에 없지만 옵션도 없이 75억원 순수 보장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롯데가 FA 시장을 혼란에 빠뜨려 놨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날 강민호의 계약 소식이 전해진 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실시하고 있는 ‘강민호 4년 75억 사상 최대 FA 계약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설문조사에서는 오후 7시 현재 ‘선수 가치 대비 과도한 수준’이라는 응답이 73%(적절한 수준 22.8%, 가치 대비 저렴한 수준 3.6%, 기타 0.6%)로 압도적이다.
강민호는 타격을 겸비함과 동시에 포수로서 갖춰야 할 기본기가 뛰어나다는 점 등에서 2000년대 초 박경완(현 SK 2군 감독)과 곧잘 비교된다. 현재의 강민호처럼 2000년대 초 대한민국 최고의 포수로 인정 받은 박경완이지만 FA 사정은 완전히 달랐다.
2002년 FA 자격을 얻은 박경완은 SK와이번스와 3년 총액 19억원(계약금 10억원, 연봉 3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아무리 11년 전이라도 해도 강민호의 4분의 1에 불과한 액수다.
당시 12년차로 우리나라 나이로 30세였던 박경완의 기량은 강민호(10년차, 28세)에 뒤질 것이 없었다.
FA 당시 박경완은 총 1124경기에 출장해 타율 0.240, 779안타(192홈런), 558타점, 551득점을 기록했다. 강민호는 1028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1, 903안타(125홈런), 512타점, 413득점을 올렸다. 2년의 경력 차이를 고려해도 타율과 안타 수를 제외하고는 확실히 강민호보다 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오히려 홈런은 강민호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2000년 포수 최초로 40홈런을 때려내며 홈런왕과 MVP를 동시에 수상하는 화력한 경력까지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실력은 우열을 가릴 수 없지만 FA 시장에 나왔을 당시 상황이 천양지차였다.
박경완은 2002년 당시 최고의 포수였음에는 틀림이 없지만 수요가 치솟을 만한 조건이 아니었다.
LG트윈스에는 조인성(현 SK)이 있었고, 두산베어스에는 홍성흔이 있었다. 또 삼성라이온즈 진갑용, KIA타이거즈 김상훈, 롯데 최기문(현 NC 배터리코치) 등 저마다 ‘둘째 가라면 서러울’ 포수들을 보유하고 있어 너도 나도 무리를 해서라도 박경완을 잡겠다고 뛰어들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반면 강민호가 시장에 나온 올해 국내 프로야구 9개 구단 중 두산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포수 보강이 절실한 처지다. 특히 이렇다 할 주전 안방마님이 없는 한화이글스같은 경우 류현진을 LA다저스에 보내고 챙긴 두둑한 포스팅머니(약280억원)를 손에 들고 대기 중인 상황이었다.
즉, 우선 협상 기간에 강민호를 잡지 못할 경우 이적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롯데로서는 과감한 베팅이 필요했던 것이다. 포수로서 강민호 자체가 매력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간다는 시장경제 원리의 덕도 봤다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강민호의 FA 금액에 의문을 제기하는 네티즌들은 “저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강민호가 이 정도면 만약 오승환이 국내에 잔류할 경우 얼마를 줘야 한다는 얘기냐” “이제 다른 구단들은 어쩌라고” 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