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70억 “싫어요”, 한화 70억 “좋아요”…‘정근우 미스터리’

[프로야구] SK 70억 “싫어요”, 한화 70억 “좋아요”…‘정근우 미스터리’

기사승인 2013-11-17 12:21:00

[쿠키 스포츠] ‘정근우 미스터리’

올해 프로야구 스토브리그 ‘최대어’ 중 하나로 꼽혔던 정근우(사진)의 이적을 두고 일부 팬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SK와이번즈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해 온 정근우는 타 구단 협상 개시 첫 날인 17일 계약금 35억원, 연봉 7억원, 옵션 7억원 등 4년 간 70억원에 한화이글스와 계약했다.

어리둥절한 반응의 팬들이 나오는 이유는 일단 70억원이라는 금액 때문이다.

당초 SK는 구체적인 내역까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원 소속팀 우선 협상 기간에 정근우에게 총액 70억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와 계약한 액수와 동일한 금액이다. 하지만 정근우는 총액 80억원을 요구하며 고개를 저었고, 이는 각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표면적으로 정근우는 더 많은 돈을 요구하며 원 소속팀의 70억원을 거절하다 이적 팀의 70억원을 선택한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정근우는 입단 소감에서 “계약 조건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팀이 한화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 선택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선뜻 납득이 되진 않는다. 사실 거액을 제시한 것부터 SK 역시 정근우를 강하게 원한다고 봐야 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선수에게 역대 FA 금액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을 안겨주겠다는 구단은 없다. 또 FA 협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SK 이만수 감독은 “구단에 정근우를 꼭 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고, SK 고위 관계자가 “정근우 잔류가 최우선 과제다. 외부 FA 영입은 생각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정도 내용만 봐도 SK도 한화 못지않게 정근우를 필요로 하고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봐야 한다.

만일 정근우가 입단 소감에서 밝힌 이적 이유가 그저 ‘언론대응용’이라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일단 SK가 70억원을 제시하고 자신은 80억원을 원했다는 언론 보도가 애초에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SK가 제시한 금액이 70억원보다 낮았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옵션에서 차이가 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옵션은 계약 총액 중 일부 액수에 대해 팀과 선수가 출장 경기수, 타율, 타점 등 일정한 목표치를 약속해놓고 선수가 이를 채울 경우 해당 금액을 주거나(플러스 옵션), 못하면 해당 금액만큼 삭감하는(마이너스 옵션) 경우다. 같은 총액 70억원이라도 SK가 한화에 비해 정근우가 훨씬 받아들이기 힘든 옵션 조항을 끼워 넣어 거절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SK 프런트나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 신뢰를 잃어 이미 마음이 떠난 상태였을 수도 있다. 80억원이란 요구액은 FA로 풀리기만 하면 떠나겠다는 명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종의 ‘도전 정신’이 발휘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SK는 올해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신흥 명문구단이다. 반면 한화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6년 동안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특히 올해는 프로야구 최초의 9위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1982년 생으로 프로 생활의 ‘기승’에서 ‘전결’을 준비해야 하는 정근우가 ‘만년 꼴찌’라는 오명의 팀을 강한 팀으로 변모시키는 의미 있는 행보에 매력을 느꼈을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들로만 치면 정근우의 마음을 움직인 건 결국 김응용 감독이다.

정근우는 “17일 새벽 대학교 선배이신 김종수 팀장(한화 운영팀장)께서 집으로 직접 찾아오셨고, 협상 중에 김응용 감독님께서 직접 전화를 하셨다”고 말했다.

과거 해태타이거즈를 9번이나 우승시킨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김 감독이 먼저 전화를 걸어와 “함께 하고 싶다”며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이 돈과는 비교될 수 없는 ‘울림’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 ‘널 잡고 싶다’는 똑같은 메시지를 보내도 그게 누구냐에 따라 선수에겐 천양지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KIA타이거즈 이용규도 4년간 총액 67억원(계약금 32억원, 연봉 7억원, 옵션 7억원)에 한화와 계약, 정근우와 함께 한화에서 새로운 테이블세터(1·2번 타자)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두산베어스 이종욱과 손시헌은 각각 계약기간 4년에 총액 50억원(계약금 28억원, 연봉 5억원, 옵션 2억원)과 총액 30억원(계약금 12억원, 연봉 4억원, 옵션 2억원)에 NC다이노스와 계약을 맺었다.

아직 계약을 못한 FA 선수는 해외리그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KIA 윤석민을 제외하고는 최준석(두산), 이대형(LG)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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