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17일 FA 이적이 확정된 프로야구 이용규(오른쪽 사진)와 이대형(왼쪽 사진)의 ‘묘한 인연’에 화제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용규는 4년 총액 67억원(계약금 32억원, 연봉 7억원, 옵션 7억원)에 KIA타이거즈에서 한화이글스로, 이대형은 4년 총액 24억원(계약금 10억원, 연봉 3억원, 옵션 2억원)에 LG트윈스에서 KIA타이거즈로 둥지를 옮겼죠.
두 선수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대형은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3년에, 이용규는 덕수정보산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4년에 LG트윈스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둘 다 빠른 발과 수비력, 타격 능력 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와 함께 미래의 LG 1번 타자감으로 기대를 모았었죠. 하지만 같은 또래, 같은 스타일과 장점을 가진 두 선수가 같은 팀에 있다는 것은 곧 한 선수의 희생을 의미했고, 이는 이용규에게 돌아왔습니다.
LG는 2005년 KIA에 홍현우와 함께 이용규를 내주고 투수 이원식, 소소경을 받는 2대2 트레이드를 감행했습니다.
LG가 고교시절부터 탁월한 야구센스로 정평이 나 있던 이용규를 단 한 시즌만 지난 후 다른 팀으로 보낸 것은 당시 이대형이 있다는 자신감이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한마디로 주전 경쟁에서 이대형이 이긴 셈이죠.
절치부심한 이용규는 KIA에서 잠재력을 그야말로 폭발시켰습니다.
2004년 LG에서 52경기 출장, 타율 0.129로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한 이용규는 트레이드 첫 해인 2005년 124경기 출장, 타율 0.266, 31도루, 37타점, 57득점으로 고삐를 당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6년 125경기 출장, 타율 0.318, 38도루, 39타점, 78득점으로 만개한 기량을 과시했습니다.
이후 이용규는 3차례 더 3할 타율 이상을 올렸고, 2009년(0.266)을 제외하고 모두 2할8푼 이상을 기록하며 KIA 부동의 1번 타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도루도 2007년(17개)과 2009년(10개)을 제외하고 매년 20개 이상을 성공했습니다.
이런 활약 덕에 이용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로 뽑혀 우리나라의 전승 우승에 힘을 보태는 감격을 누리기도 했죠.
이대형도 이용규 만큼은 아니지만 ‘준족’으로 그라운드를 누볐습니다.
이용규가 떠난 2005년 107경기 출장, 타율 0.268, 37도루로 팬들에 이름 석자를 각인시키기 시작한 이대형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53-63-64-66) 연속 도루왕을 차지하며 상대 배터리의 진을 빼놨습니다. 2007년에는 타율 0.308로 3할 타자 반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대형은 꾸준한 모습의 이용규와 달리 기량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대형은 2011년 타율 0.249 34도루, 지난해 타율 0.178 25도루, 올해 타율 0.237 13도루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타수도 354, 258, 177로 타석에 들어서는 횟수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주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대주자, 대타로 주로 경기에 나섰단 의미겠죠.
이처럼 최근 활약이 부진한 탓에 이대형은 원 소속팀 LG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돈으로 말하는 프로에서 이대형은 자신 때문에 KIA로 떠났던 이용규가 67억원이란 거금에 화려한 이적을 하는 것을 바라보며, 공교롭게도 그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KIA가 내민 24억원을 받아 들였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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