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시사만화 장도리는 20년 가까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 자체로 하나의 매체가 돼 시사만화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고유한 문제의식과 접근법, 재치 있고 발랄한 드러내기 방식은 진보와 보수 어떤 쪽에서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문제들을 건드리고 돌파한다.
짧은 네 칸의 만화 장도리 시리즈를 모은 단행본 ‘516 공화국’은 대한민국의 거대한 자화상이다. 장도리를 연재한 박순찬 화백은 네 칸 안에 하루의 이슈와 세상의 표정이 압축적으로 담고 간결한 해설을 덧붙였다. 대선과 국정원 사건, 이석기 사태 등 한국사회를 뒤흔든 굵직한 사건들과 공직자 비리, 갑의 횡포 등 우리 사회의 씁쓸한 풍경들을 담았다.
진영논리에 포섭되지 않고 폭 넓은 대립구도로 이야기한다. 서로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극단의 한국사회. 그 안에서 상식의 목소리를 내는 장도리의 역할이 빛난다. ‘진격의 윤창중’, ‘아이언갑(甲)맨 이건희’ 등 장도리 시리즈에는 인터넷 세대가 향유하는 문화적 코드가 담겨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다른 세대 간의 연결을 고민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유통되고 있는 담론들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박 화백의 성실함이 엿보인다.
동시대인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박 화백은 서로 완전히 다른 사회적 경험을 가진 세대의 교두보가 되기를 희망한다. 보수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말을 건네는 이유도 그래서다. 그들에게 익숙한 문법으로 이야기하며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두려 힘쓴다.
세대 간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소통대신 혐오와 단절이 계속되는 시대에, 장도리의 가치는 더욱 소중하다. 좀 더 상식적이고 건강한 사회를 소망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장도리를 그린다는 작가의 바람이 네 칸 안에 정갈히 담기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