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박 대통령이 '누나'라고? '오버'하는 윤상현 의원, "유세 떨고 있네""

"[전정희의 스몰토크] 박 대통령이 '누나'라고? '오버'하는 윤상현 의원, "유세 떨고 있네""

기사승인 2013-11-20 10:58:01

[전정희의 친절한 쿡기자]

1. 정진석 국회사무총장과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간에 벌어진 에피소드가 화제다. 해프닝 같기도 하면서 ‘왕의 남자’들의 권력 추구로도 볼 수 있어 헛웃음이 나온다. 윤상현 의원이 대통령 국회방문에 따른 의전 매뉴얼을 무시하고 절차를 어겨 발생한 사안이다.

우리 어머니 표현 빌리자면 “유세 떨고 있네”이다. 사실 우리 어머니는 좀 더 격하게 표현하신다.

2. 윤상현 의원의 ‘오버’는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 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했을 때 벌어졌다. 정 사무총장은 의전 관례에 따라 당연히 중앙 현관에 영접 나갔고, 대통령이 차에서 내리자 인사를 하려 했다. 한데 윤상현 의원이 끼어들어 박 대통령에게 먼저 인사하려 하자 정 사무총장이 왼손으로 밀쳐냈다.

3. 정 사무총장은 19일 페이스북에 “윤 수석부대표를 제가 밀어낸 것 맞고요. 윤 수석부대표가 영접 프로토콜을 무시(?)하고 ‘들이대는’ 바람에 자칫 제 어깨가 VIP(박 대통령)와 부딪힐 수도 있을 것 같아 순간 본능적으로 제지하게 됐던 것이죠”라며 “윤 수석부대표, 다음부터는 함부로 들이대지 말고 국회 의전을 존중해주세요”라고 덧붙였다.

4. ‘한겨레21’ 지난 11월 4일자에 따르면 윤 의원이 박 대통령에 대해 말한 부분을 이렇게 기술했다.

“예전 (내가) 혼자 살 때 술 취해 (박) 대표에게 전화해 30분 생떼해도 대표가 다 받아주었다. 요즘은 제발 술 많이 먹지 말라고 챙겨주는 큰누나 같은 분

지난 해 2월 윤 의원이 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한겨레21’은 또 ‘윤 의원은 박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른다고들 한다. 본인에게 물으면 “술 한잔 하면”이라는 전제를 달며 웃지만, 부인하진 않는다.’라고 전했다.

어쨌든 그는 대통령 후보 경선 캠프의 공보단장, 대선 캠프의 현장 수행단장으로 맹활약했고, 집권에 성공한 후 집권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됐다.

5. 윤 의원은 전두환이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하고 집권한 1981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그 무렵 대학은 폭압정치로 학생 사이에 ‘전두환’이란 이름만 나와도 요시찰 대상이 됐고 어느 손에 요절이 날지 모르는 시대였다. 정말 하늘을 나는 새를 떨어뜨리는 쿠데타정권이었다. 사복형사가 캠퍼스에 상주하며 학생들의 동태를 일일이 감시했다. 데모조차 불가능했다. 지금 북한이 그럴 것이다. 대학에 ‘학생회’ 명칭을 쓸 수 없었고 ‘학도호국단’이란 조직만 있었다.

그리고 학생들은 82~83년 들어서야 학내 문제로 이슈를 만들어 낸 뒤 이를 계기로 독재정권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84~85년 무렵엔 반독재투쟁으로 매일 최루탄 속에서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두환이란 이름 석자는 공포 그 자체였다.

6. 그런 시국과 무관하게 85년 6월 윤상원 의원은 전두환의 외동딸 효선씨와 청와대에서 결혼(사진)한다.

윤 의원의 아버지 윤광순씨는 군인 출신으로 한국투자신탁 사장을 지냈다. 윤 의원은 좋은 가정의 머리 좋은 아들이었다. 80년대 초반 민주화투쟁으로 청년들이 주먹을 쥐고 나설 때도 그는 사교 모임 ‘서울대 걸레클럽(서걸클)’에서 친구를 사귀었고 영어, 프랑스어 공부를 했다. 학생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7. 윤 의원은 결혼 후 미국 조지아타운대, 조지워싱턴대를 거치며 권력자의 사위로 인정 받았다. 그러나 2005년 협의 이혼한다. 그리고 2010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 딸 신경아씨와 재혼했다. 재벌가 사위가 된 것이다.

8. 그의 삶은 특별하다. 좋은 집에 태어난 수재였고, 게다가 노력파며 사교성도 남다르다. 젊은 시절엔 대통령의 사위였고 중년엔 대통령의 ‘동생’이니 말이다.

9. 그가 의전을 무시하고 하마비에 까지 나가 인사를 하려 했던 것은 뭐, 인생사 그렇고 그런 해프닝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선택 받은 특별한 삶’이 정작 제 자신의 영달을 위한 것이고, 그것이 쉰 둘이 되도록 ‘선민(選民)’으로서 방점이 될 만한 아무런 행적이 없다면 그건 권력 견마잡이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하늘이 특별한 환경과 재주를 부여했다면 상처 받은자, 병든 자, 가난한 자, 갇힌 자, 소외된 자에게 손길을 내미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것이 이스라엘의 선민사상이다. ‘술에 취해 공산에 누우니 천지가 곧 금침과 같은’ 삶을 산다면야 굳이 국민을 대의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10. 대통령과 ‘S누나(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의남매)’ 같은 느낌 흘리며 견마잡이하려다 망신당하지 말고 ‘국민을 위한 선민사상’이나 좀 챙겼으면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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