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그동안 자동차를 평가할 때 초점은 주행 능력이었다. 치고 나가는 힘이 좋은지, 커브에서 차체가 쏠리지 않는지에 신경을 집중했다. 오직 인테리어만으로도 차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음을 깨달은 건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의 A클래스를 시승하고 나서다.
시승차는 지난 8월 출시된 더 뉴 A클래스 A200 CDI 나이트다. 배기량 1.8ℓ(디젤)에 소형급 몸집이지만 내부는 고급 중·대형차 못지않았다. 차 내부 바닥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부위에 가죽옷이 입혀졌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트가 몸을 감싸주는 느낌이 든다. 조수석과 뒷자리도 안락한 느낌은 마찬가지다. 마치 항공기 비즈니스석에 앉은 듯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히터와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송풍구는 비행기의 추진력 배출구와 비슷한 모양이다. 가죽에 금속 재질을 더한 운전대의 디자인도 독특하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계기판은 항공기의 날개, 송풍구와 전체적인 분위기는 항공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진보적인’ 내부 디자인 덕택에 오랫동안 운전을 해도 차 안이 좁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공간의 한계를 디자인으로 극복해낸 셈이다.
주행에서는 소형차임에도 불구하고 묵직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능력이 인상적이었다. 중·대형차 만큼의 폭발적인 힘은 아니었지만 힘이 달린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회전 구간에서는 운전대를 돌린 만큼 차가 정직하게 반응했다.
에코 스타트·스톱(Eco Start·Stop) 기능이 장착돼 정지 시 엔진이 자동으로 꺼진다. 운전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빠른 반응 속도를 보여줬다. 하지만 다시 엔진이 켜질 때 엔진소리가 생각보다 큰 점은 아쉬웠다.
1등급(복합연비 18.㎞/ℓ)인 연비는 실제 주행에서도 제 능력을 발휘했다. 실제 연비는 12~13㎞/ℓ가 나왔지만 주로 도심의 정체 구간에서 운행한 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편이다. 다른 수입 소형차는 옵션에서 제외한 블루투스 오디오 연결 등 엔터테인먼트 장치가 충분한 것도 만족스러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