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시’ 김옥빈 “나에게 단 하루만 허락된다면…”

‘열한시’ 김옥빈 “나에게 단 하루만 허락된다면…”

기사승인 2013-11-26 15:33:00

[쿠키 연예] 당신은 24시간 안에 죽는다. 당신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다. 불길에 휩싸여 죽거나 동료 손에 무참히 살해당할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간 내일, 그곳에서 가져온 폐쇄회로(CC)TV가 그렇게 기록하고 있다. 자, 당신은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예정된 미래를 바꿀 자신이 있는가.

영화 ‘열한시’(감독 김현석·28일 개봉)는 이처럼 섬뜩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과학자들은 내일로 갔다 돌아올 수 있는 타임머신을 개발했지만 미리 가본 미래에서 확인한 건 자신들의 죽음뿐이었다. 이들은 불행의 단초를 찾아 고군분투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속절없이 시간만 흘려보낸다. 어쩌면 이 상황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공포일 수도 있겠다.

영화엔 연구팀을 이끄는 천재 물리학자 우석(정재영), 우석과 대립하는 연구원 지완(최다니엘)이 등장한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엔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여인이 존재한다. 배우 김옥빈(26)이 열연한 영은이다. 지난 2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옥빈을 만났다.

-‘열한시’는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공상과학(SF) 영화인데.

“시나리오를 읽고 기발한 이야기라고 생각해 출연을 결심했다. ‘열한시’는 SF 영화이기 이전에 스릴러물이다. 하지만 한국 SF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작품이란 평가도 들었으면 좋겠다. 영화가 잘 돼서 많은 제작자나 감독이 이런 작품을 만드는 데 망설이지 않았으면 한다.”

-영은 역을 연기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

“감독님이 지시를 거의 안 하고 배우에게 일임하는 스타일이었다. 감독님의 이런 성향이 처음엔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너무 쉽게 ‘오케이’ 사인을 주시는 거 같았다. 하지만 적응이 되면서 나중엔 편하게 촬영에 임했다. 감독님은 나의 무표정한 얼굴이 마음에 들어 캐스팅했다고 말씀하시더라.”

-실제로 24시간 뒤에 죽음이 예고돼 있다면.

“일단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나머지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그간 살면서 미안했던 사람들도 찾아가 사과할 것 같다. 그러다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갈 것이다(웃음).”

-아직 대중은 김옥빈을 생각하면 영화 ‘박쥐’(2009)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누군가 나를 언급할 때 내가 맡은 배역을 떠올린다면 배우로서 그건 고마운 일이다. ‘‘박쥐’에서 보여준 연기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식의 부담은 없다. 연기를 계속 하다보면 다시 나한테 가장 잘 맞는 옷을 입는 날이 올 것이다. 연기자는 그런 기다림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다.”

-김옥빈이 그동안 연기한 배역들을 보면 ‘강한’ 느낌의 캐릭터가 많았다. 또래 여배우들이 주로 맡는 비련의 여인,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 같은 배역은 거의 안 맡았는데.

“강렬하고 강인한 느낌을 주는 인물에 끌리는 편이다. ‘말랑말랑한’ 느낌의 캐릭터들은 다른 여배우들이 많이 맡지 않나. 나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자극이 되는 동료나 선후배 연기자가 있다면.

“전도연 김선아 김민희 선배 등이다. 특히 최근에 전도연 선배가 출연한 ‘집으로 가는 길’(다음 달 12일 개봉) 예고편을 봤는데, 선배의 화장기 없는 얼굴만 봐도 울컥하는 기분이었다.”

-영화 속 설정처럼 미래는 결정돼 있다고 생각하나.

“모든 게 예정돼 있다고 생각해버리면 사는 게 너무 재미없지 않나(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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