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술을 마시고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무조건 간 손상이 나타날까?
그렇지 않다. 타이레놀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에 대해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연구한 미국 콜로라도의과대학 응급의학과 리차드 다트 교수(사진)는 최근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간질환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을 권장 용량대로 투여했을 때 심각한 간 손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현재까지 보고된 바 없다”며 오해를 바로 잡았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일일 성인 최대 허용치인 4g을 초과하지 않고, 의사 약사와 상의 후 정량대로 복용하면 알코올 중독 환자나 간 손상 환자 또는 임산부, 어린이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성분이다. 타이레놀의 편의점 판매가 결정된 사유도 그 때문이다.
한국인이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이유는 바로 ‘통증’이다. 국내에 시판, 유통되고 있는 진통제 개수만 해도 150여 개, 가벼운 두통부터 감기몸살에 이르기까지 진통제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약도 드물다. 구입하기 쉬운 진통제이지만 생각 보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진통제를 안전하게 사용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자신이 먹는 약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정연 이화여대 약학대학 교수(임상약학 전공)와 함께 진통제에 대해 흔히 하기 쉬운 오해에 대한 진실을 알아보았다.
◇진통제, 웬만해선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참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정서는 적어도 통증 치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통증은 방치하면 오히려 우리 몸에 독이 된다. 통증을 무리하게 참다 보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 오히려 몸과 마음의 건강 리듬을 더 손상시킬 수 있다. 진통제를 복용한다고 모두 내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통증이 있을 땐 무리하게 참기보다 적절한 진통제를 복용해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진통제는 단일성분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해열진통제로 아세트아미노펜, 소염진통제로 이부프로펜과 덱시브프로펜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진통제이다. 진통제를 복용해도 통증이 1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더욱 심해진다면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원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숙취에 진통제 복용해도 될까?
모든 약은 술과 함께 복용하면 안 된다. 술에 들어있는 알코올 성분이 거의 대부분의 약물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음주 후 두통이 있더라도 해열진통제, 소염진통제 등 모든 진통제는 가급적 복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통제는 과량 복용이 문제가 되는데, 진통제 과량 복용의 가장 큰 원인은 여러 약을 중복해서 먹는 것이다. 여러 약물을 복용할 때에는 같은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는지 성분표를 살펴야 한다. 종합감기약이나 복합성분의 진통제에도 포함돼 있을 수 있으므로 성분 표시를 꼼꼼하게 보고 하루 권장량을 넘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확신이 어려울 때에는 의사나 약사에게 문의하면 안전하다.
◇위장 안 좋다면, 진통제 복용 말아야?
모든 진통제가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진통제는 열을 내리고 통증을 가라앉혀주는 ‘해열진통제’와 염증을 동반한 통증에 작용하는 ‘소염진통제’로 나뉜다. 소염진통제 복용 후 속이 쓰린 증상은 염증과 통증을 억제하면서 위세포 보호작용을 담당하는 물질까지 억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스피린과 이부프로펜 성분의 소염진통제는 반드시 식후 30분에 복용해야 하며, 소염진통제 복용 후 속쓰림을 경험한 사람은 전문가와 상의해 위장 보호약을 함께 처방 받는 것이 권장된다. 단순히 통증 때문에 약을 복용한다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근육통에 복용하는 ‘서방정’은 무엇?
서방정은 말 그대로 몸속에서 성분이 서서히 방출되는 정제약이다. 서방형 진통제는 근육통, 관절통처럼 긴 시간 지속되는 통증관리에 효과가 있다. 노란색 포장의 ‘타이레놀 ER’(ER은 서방정의 영문표시인 Extended Release의 줄임말), 서방정 아스피린, 맥스부펜ER, 클란자CR(Controlled Release) 등이 있다. 서방정 진통제는 절대 쪼개먹어서는 안 된다.
일례로 타이레놀 ER은 빠르게 방출되는 속방층과 서서히 방출되는 서방층의 이중구조로 설계돼 8시간 동안 효과가 지속되도록 설계된
약인데, 잘라서 반만 먹게 되면 서방층의 방출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파괴돼 약효 지속시간이 짧아질 수 있다. 가루 내거나 물에 타서 먹는 것 역시 약효를 제대로 볼 수 없는 방법이다. 진통제를 비롯해 대부분의 서방정 알약은 정제 그대로 물 한 컵과 함께 복용한 후 위장관내에서 서서히 방출되도록 하는 것이 약물의 지속적인 효과와 흡수를 돕는 방법이다.
◇진통제는 정량보다 적게 복용하면 약효가 떨어진다?
진통제가 몸에 좋지 않다는 오해 때문에 정해진 용량보다 적게 복용하거나 쪼개먹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약물은 혈중 농도가 치료 범위 안에 들어갈 때에 효과가 나타나므로 진통효과를 낸다. 약을 정량보다 적게 복용하면 기대하는 진통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으므로 사용설명서에 적힌 1회 복용량을 꼭 지켜 복용하도록 하자. 어떤 경우든 진통제의 효과는 올바른 용량 용법을 지킬 때 잘 나타남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