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길을 잃고 헤매던 치매 할머니가 경찰관의 도움으로 무사히 가족 품에 되돌아간 일이 뒤늦게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찰제복을 입고서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젖은 신발을 말리는 할머니의 사진 한 장이 당시 상황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돌풍과 함께 거센 빗발이 몰아치던 지난 25일 오전 3시30분쯤. 순찰 근무를 하던 경기 의정부경찰서 금오지구대 소속 여인덕 경위와 김창윤 순경은 의정부~포천 대로에서 홀로 위태롭게 걸어가는 최모(81) 할머니를 발견했다.
두 경찰관이 얼른 차에서 내려 할머니에게 “어디 가시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집에 간다”며 포천 쪽을 향해 힘들게 발걸음을 옮겼다. 두 경찰관은 한 눈에 할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두 경찰관은 온 몸이 흠뻑 젖은 할머니를 순찰차에 태워 지구대로 데려가 연고자를 찾기 시작했다. 경기북부뿐 아니라 서울까지 범위를 넓혀 찾은 끝에 전날 오전 10시쯤 동대문경찰서에 가출신고가 접수됐다는 연락이 왔다. 인상착의가 흡사했다.
여 경위가 가족을 찾는 동안 김 순경은 자신의 겉옷을 벗어 할머니에게 입히고 할머니의 신발을 벗겨 말려줬다. 따뜻한 차와 간식도 대접했다. 그러면서 조근 조근 대화도 나눴다.
그러는 사이 날이 밝자 할머니의 남편(79)이 지구대로 찾아왔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글썽였다.
할머니는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길을 잃은 뒤 이틀 동안 서울에서 의정부를 거쳐 포천까지 집을 찾으려고 정처없이 헤맸던 것이다.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할머니를 데리고 지구대를 나선 뒤 두 경찰관은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밤샘 근무의 피곤이 싹 물러갔다.
의정부=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