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 시 접촉사고 한 번에 보험료 20% 오른다
[쿠키 경제] 자동차보험 할인·할증제도가 24년 만에 사고점수제에서 사고건수제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공청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8일 보험개발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화재보험협회에서 ‘자동차보험 할인·할증제도 개선’ 공청회를 열었다. 금융당국이 기존의 점수제에서 건수제로 변경을 위해 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먼저 이번 공청회 주제발표를 한 이경주 홍익대 교수는 “이번 개선안은 사고위험률을 정확히 반영해 공정한 차별성을 가진 자동차보험을 만들자는 취지다”며 “자동차보험 계약자 중 80%는 사고를 내지 않는 가입자기 때문에 건수제로 바뀌게 되면 많은 가입자들이 보험료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사고의 60.7%가 할증 기준 금액 이하의 경미한 사고”라며 “접촉사고의 비중이 늘어난 만큼 사고 예방 차원에서 사고 빈도가 높은 차량에 대한 할증을 높이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대표로 나온 박춘근 동부화재 이사도 “경미한 사고도 언젠가는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경미한 사고에 대해서도 과감히 할증을 부과해 안전운전을 유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1989년부터 시행해온 현행 사고점수제는 사망사고 4점, 가벼운 접촉사고 0.5점 등 사고의 경중에 따라 점수에 차등을 둔다. 사고로 1점이 오르면 보험료는 평균 6.85% 상승한다. 그러나 사고건수제가 도입될 경우 사고의 경중과 관계없이 한 번의 접촉사고만으로 할증이 돼, 다음해 20%가량의 보험료가 오르게 된다.
이에 신종원 YMCA 실장은 “건수제로 변경을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에 동의 할 수 없다”며 “차라리 보험금 지출이 많아졌으니 보험료를 올리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 볼 때 건수제로 가는 것은 불가피 하지만 당장 어느 운전자가 접촉사고 한건에 20%의 보험료가 오르는 것을 이해하겠냐”며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지난 4월 보험개발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그 결과의 일환으로 공청회를 개최했다”면서 “구체적인 의견들을 종합해서 세부적인 방안을 곧 결정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금융당국이 보험업계와 학계, 시민단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공청회가 예상과 달리 양쪽 입장에 따른 열띤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고건수제’ 변경의 타당성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건수제 시행을 위한 ‘보여주기식’ 공청회라는 지적은 계속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국 기자 jkkim@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