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노무현의 삶을 그리다…베일 벗은 영화 ‘변호인’

‘청년’ 노무현의 삶을 그리다…베일 벗은 영화 ‘변호인’

기사승인 2013-12-01 13:33:00

[쿠키 연예] 알려졌다시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건 1981년 전두환 정권이 만들어낸 용공조작사건인 부림(釜林)사건이었다. 평범한 세무 변호사였던 35세 젊은이는 이 사건 변호를 맡게 되면서 평생 못 잊을 경험을 하게 된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부림사건의 실상을 안 뒤 받은 충격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머릿속이 마구 헝클어졌다. 사실과 법리를 따지기도 전에 걷잡을 수 없이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법정에서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변론을 하기가 어려웠다.”(78쪽)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은 이 시기 노 전 대통령 모습을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화는 그의 그림자를 시종일관 더듬게 만드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주인공 이름은 주연 배우 송강호(46)의 성(姓)과 감독의 이름 ‘우석’을 조합한 송우석이다. ‘고졸(高卒) 변호사’인 우석은 부동산 등기와 세금 전문 변호사로 부산 지역 일대에서 명성을 쌓아나간다. 큰 돈을 벌어 요트를 사고 대기업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는다. 그는 ‘속물 세법 변호사’를 자처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고시생 시절부터 자주 들락거리던 돼지국밥 가게 주인 순애(김영애)가 우석을 찾아온다. 그는 아들 진우(임시완)가 ‘빨갱이’라는 누명을 쓰고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며 애원하기 시작한다. “변호사 선생님이 가서 우리 진우 절대 ‘빨갱이’ 아니라고 말해줘예(울음).”

우석은 결국 순애와 함께 구치소를 찾는다. 그런데 진우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혹독한 고문으로 온몸엔 피멍이 들어 있고, 이성까지 잃어 횡설수설한다. 우석은 그간 대학생들 데모를 “공부하기 싫어서 하는 것”이라며 깎아내렸던 인물이다. 그는 진우를 통해 비로소 세상의 실체와 마주한다.

영화에선 총 다섯 번의 공판이 펼쳐진다. 한국인이라면 웬만한 사람이 다 알고 있는 이 스토리에 활기를 불어넣는 건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특히 송강호는 명불허전의 내공을 보여주는데 극 중반에 3분 가까이 이어지는 롱테이크(길게 찍기) 법정신은 압권이다. 그는 절제와 흥분 상태를 오가는 절묘한 변호인 연기를 펼쳐 보인다. 송강호 외에 기자 역으로 출연하는 이성민(45), 사건 날조를 주도하는 차 경감 역의 곽도원(39), 판사 역을 맡은 송영창(55) 등도 빼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1980년대 풍경을 리얼하게 재연해낸 점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배우들의 헤어스타일과 의상, 부산의 80년대 모습 등은 물론이고 ‘통닭구이’ 등 끔찍한 고문 기술도 생생하게 구현해내며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적절하게 가미된 유머러스한 장면들도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정치 영화’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긴 힘들다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에겐 깊은 울림을 선사하겠지만 정치 성향이 다르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실제로 ‘변호인’과 관련, 한 포털 사이트에서 매겨지는 네티즌 평점은 영화가 아직 개봉하지 않았음에도 정치 성향에 따라 10점 만점 아니면 최하점인 1점이 대부분이다.

양우석 감독은 지난 29일 서울 행당동 CGV왕십리에서 진행된 시사회에서 “다양한 비판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많이 성숙해졌으니 이런 ‘의견’도 개진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둘러싼 논란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으면 한다. 영화를 보고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 딱 1년째가 되는 오는 19일 개봉한다. 15세가.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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