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반발이 예상되지만 정부 주요 부처 수장 공백 사태가 두 달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여야 지도부가 정국정상화를 위한 4자회담을 가진 날, 이들 3인의 임명을 몰아붙인 것은 이 같은 박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날짜가 겹쳐진 게 우연이긴 하지만 정치권을 향해 “정부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경북 안동과 경주를 방문한 뒤 급하게 청와대로 돌아와 이들 3인의 임명안에 결제한 뒤 임명장 수여식을 가졌다. 지방 방문 행사 와중에도 박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더는 감사원장과 복지부장관, 검찰총장의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는 생각이 꽉 들어차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부처 수장을 임명하는 데 다른 정치적인 고려는 하지 않는다”면서 “국정 공백을 미룰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늘 여야 대표·원내대표가 회담을 하는데, 이 부분은 좀 다르기 때문에 그 회담에 특별히 영향을 줄 거라고 보지 않는다. 주지 않았으면 한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황 원장과 문 장관, 김 총장 등이 일선 업무에 복귀하는 대로 그동안 미뤄왔던 각종 주요 국정사안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황 원장을 통해서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대대적인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 감사에 나설 전망이다. 공직사회 다잡기 드라이브를 통해 정부 전체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문 장관에게는 여전히 진행중인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안 논란을 빠른 시일 내에 잠재우도록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또 특검을 요구하며 정치공세에 나선 야당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김 총장 임명을 통해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불편부당하게 마무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법인카드의 부적절한 사용 의혹을 받고 있는 문 장관에 대해 임명철회를 요구하는 와중에 던져진 이번 ‘임명카드’는 대치정국을 더욱 경색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야가 합의하면 따르겠다고 밝혔던 박 대통령이 어렵게 성사된 4자회담 개최일에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거센 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한 여당 관계자는 “임명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며칠 더 기다릴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아쉬워했다. 다른 관계자는 “문 장관과 김 총장이 국회 청문회 절차를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청와대는 그동안 아무런 대응논리도 내놓지 않았다”며 “이런 사정에 또 임명을 강행했으니 야당은 길길이 날뛸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