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해상초계기에서 내려다 본 이어도 "태극기 선명""

"[르포] 해상초계기에서 내려다 본 이어도 "태극기 선명""

기사승인 2013-12-03 16:29:00

[쿠키 정치] “현재 이 비행기는 한국 방공식별구역(카디즈·KADIZ)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2일 오전 9시 9분. 국방부 기자단을 태운 한국 해군 해상초계기(P3-C)가 짤막한 안내방송을 하고 막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에 접어든 순간 긴장감이 돌았았다. 오전 8시쯤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해 오전 9시쯤 제주도를 통과한 지 9분 만이다.

일본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섰지만 해군 해상초계기는 거침이 없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이어도를 향해 질주했다. 양국간 협의에 따라 일본 공군에는 전날 비행계획을 미리 통보했지만 아래 바다는 한국 해군의 작전구역(AO)이기 때문이다.

카디즈를 통과한 뒤 5분쯤 지나자 해상초계기는 속도와 고도를 모두 낮췄다. 그러자 비행기가 마치 바다 위의 배처럼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초계기의 높이는 겨우 150m로 바다가 손에 잡힐 듯했다.

드디어 조종석 정면으로 망망대해에 우리의 해양과학기지가 설치된 이어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초계기가 이어도 상공을 지날 때 주황색 철골구조물 위에 헬기착륙장을 표시한 ‘H’자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한·중·일 3국이 군사·외교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어도는 평온하기만 했다. 하지만 해양과학기지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는 이곳이 우리 관할 구역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초계기가 제주도 서남방 170여㎞에 위치한 이어도 상공에 도착했을 때 우리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율곡이이함’과 3000t급 해경 순시선이 위풍당당하게 이어도 주변을 선회하며 경계 임무를 펼치고 있었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지만 이어도 해역은 우리 관할 수역임을 과시하기 위한 시위였다.

해경 순시선은 거의 매일 이어도 인근에 출동해 불법 선박을 단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해상과 공중에서 펼쳐진 합동 작전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이후 처음 실시됐다.

해상초계기 P3-C의 가장 큰 임무는 잠수함을 탐지하는 일이다. 바닷속에 의심스런 물체가 포착되면 바로 음탐 부표를 바다로 내려 보낸다. 부표에서 보내오는 신호로 잠수함을 발견하면 직접 어뢰를 투하할 수도 있고, 인근 수상함에 통보해 합동 작전을 펼 수도 있다.

수상에서도 의심선박 등을 적발해 해경에 통보하고, 적 함정이 확인되면 공대함유도탄 ‘하푼’ 미사일로 직접 격퇴할 수 있다. 이 같은 임무를 한시라도 잊지 말라는 듯 해상초계기 내부에는 ‘수중 적(敵)은 일발필중, 수상 적은 초전격침’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군 당국은 해군이 이어도 남방으로 충분한 지역까지 작전구역을 확보하고 있어 초계비행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해군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후에도 중국 측에 사전 통보 없이 이어도 인근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어도 인근은 한·중·일의 작전구역이 겹치는 곳이다. 일본의 초계기가 24시간 초계비행을 하고, 중국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중국 해경선과 군 함정은 이어도 서남방 75마일까지 접근한다. 아직 우리 작전구역까지 들어오지는 않지만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은 어떤 상황에서도 임무가 하달되면 이를 지킬 뿐”이라고 결연한 자세를 보였다.

이어도=합동취재단,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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