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한·중·일 순방] 시진핑·바이든 3차례 5시간 반 솔직 대화…최대 의제는 북핵

[바이든 한·중·일 순방] 시진핑·바이든 3차례 5시간 반 솔직 대화…최대 의제는 북핵

기사승인 2013-12-06 03:12:00
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회동에서 북한 문제가 가장 오랜 시간 논의된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바이든 부통령을 수행 중인 미 고위 당국자는 베이징 현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두 사람이 북한 문제에 관해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꽤 길게 (북한 핵 문제를) 토론했다”는 등의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관심이 집중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에 대한 논의 대신 북한 문제가 두 사람 간 대화의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은 이 문제가 상대적으로 양측이 공감대를 이루기에 용이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CADIZ 문제가 주 의제가 됐을 때의 외교적 부담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는 “CADIZ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것은 쌍방이 절대로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북한 핵 문제가 이란 핵협상 타결과 연계되면서 언급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 당국자는 “압력과 대화, 강대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단합이라는 3대 조건이 이란을 핵무기 폐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냈고 협정 타결로 이어졌다”면서 “이런 조건들은 북한에도 적용되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이란 핵협상 타결 직후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이란과 북한은 다르다”고 강조한 것과 차이가 있다. 당시 케리 장관은 “이란은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핵실험을 해왔으며 비핵화 정책을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과거에는 북한과 이란의 차이가 강조됐다면 이번 회담에서는 ‘같은 점’이 부각된 셈이다.


이어 시 주석과 바이든 부통령은 과거 북한과의 협상에서 되풀이된 것이 아닌,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는 협상 조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관해 꽤 오랫동안 토론했다고 한다. 미국이 이란 핵협상 타결에 따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두 사람이 여기서 더 나아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로 보이는 ‘북한 내부 문제’도 논의했다는 것은 북한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중국의 CADIZ 선포는 ‘무게감 있게’ 거론되지는 않은 분위기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중국의 CADIZ를 불인정한다는 입장과 함께 깊은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악관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바이든 부통령은 중국에 CADIZ 철회까지 요구하지는 않는 대신 다른 나라 항공기가 CADIZ에 통보 없이 들어가더라도 무력 대응 등을 하지 말라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바이든 부통령은 5일 베이징에서 미국 상공인들과 만나 “중국이 미국을 포함해 지역에 심각한 불안을 초래했다”면서도 “동시에 이 문제를 좀 더 넓은 맥락에서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CADIZ를 둘러싼 갈등을 적절히 봉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면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카디즈·KADIZ) 확대 문제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표명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 고위 당국자는 시 주석과 바이든 부통령은 회담과 만찬을 포함, 세 차례 5시간30분 동안 대화를 나눴는데, 과거에 친분이 있는 두 사람의 편안하고 솔직하며 생기 있는 대화에 놀랐다고 말했다.

워싱턴·베이징=배병우 정원교 특파원 bwbae@kmib.co.kr
속보유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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