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박 대통령에 대놓고 “중국에 베팅 말라” 경고

바이든, 박 대통령에 대놓고 “중국에 베팅 말라” 경고

기사승인 2013-12-06 16:34:01
[쿠키 정치]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6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결코 좋지 않은 베팅”이라며 우리 정부의 중국 친화정책을 사실상 경고한 것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최근 들어 급속히 가까워진 한·중 관계을 얼마나 우려해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한국 정부가 중국을 교역 등 경제 분야의 ‘친한 친구’로 여기는 선을 넘어 정치·안보의 동반자로까지 격상해가고 있는 상황을 미국은 그대로 두고만 보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한국을 보는 미국의 시선은 ‘우려’=2기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에서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재균형(rebalancing) 정책’을 적극 추진해왔다. 아시아에서도 특히 남북·중·일·러가 서로 부딪치는 동북아 지역을 재균형 정책 확대의 핵심 축으로 여기고 있다. 당연히 미국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자 견제 대상국은 중국이다. 이미 세계 2위권 경제대국인 중국이 정치·안보·군사 분야에서도 계속 팽창정책을 추구하는 움직임을 적당한 선에서 제지하지 못할 경우 자국의 이익에 결정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기본 스탠스다.

이런 와중에 박근혜정부가 한·미 관계보다 오히려 한·중 관계 발전에 더 공을 들이는 모습으로 보이자, 오바마 행정부는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는 말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미국이 특히 걱정하는 것은 박근혜정부와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양국 고위급 외교안보대화를 시작하며 정치·안보 분야로 협력의 틀을 상향시켜 나가는 현재의 상황이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의 틀을 ‘전통적 한·미 동맹’이 아니라 ‘긴밀한 한·중 관계’로 옮겨가려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갈림길에 접어든 박 대통령의 중국 중시정책=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함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서울 프로세스)’을 자신의 외교안보정책 근간으로 삼아왔다. 미국은 이 두 가지의 틀에 대해 상시적인 북한발(發) 안보위기 뿐 아니라 한·일, 중·일, 러·일 간 영토분쟁 등 지역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외교의 방향이 중국을 향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토대로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정쩡한 스탠스만 취하는 형국이다. ‘미국=동맹, 중국=동반자’라는 단순 도식을 넘어서지 못한 채 방공식별구역 문제 같은 복잡한 외교 사안이 터졌을 때 순발력 있게 외교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우리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어떤 입장으로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급속 진전된 한·중 관계에 비해 한·미 관계가 상당기간 정체돼 있다는 평가도 많다. ‘중국 친화’도 좋지만 우리 외교안보 현실에선 중국과의 좁아진 거리만큼이나 미국과의 거리도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의 발전 속에서만 한·중 관계의 진전이 의미를 가진다는 뜻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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