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소위 ‘힘’을 갖게 된 이들의 어긋남을 부채질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아마도 그 중 하나가 힘이 없는 사람들의 비굴함일 겁니다. 힘없는 자가 “그냥 그러려니 하자”며 열어도 되는 입을 닫고, 떠도 되는 눈을 감기 시작하면 힘 있는 자는 긴장의 끈을 놓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수많은 약자들이 강자의 어긋남을 정작 자신들이 도와주고 있다는 걸 아무렇지 않게 망각하고 살아갑니다.
9일 일어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오류와 관련해 몇몇 네티즌들이 이처럼 비굴했습니다. 카카오톡이 강자라는 것도, 카카오톡이 태만했다는 것도, 카카오톡 이용자가 약자라는 뜻도 아닙니다. 하지만 유사한 맥락의 현상을 목격했습니다.
“공짠데 그냥 감지덕지하고 쓸 것이지.” “공짠데 그럴 수도 있지.”
카카오톡 오류 기사에 일부 네티즌들이 이런 댓글을 달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상당한 오류라는 걸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 쓰고 있는 이용자들은 돈을 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수천만 이용자들에게 ‘기부와 헌신’을 하고 있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카카오톡을 공짜로 쓰고 있는 당신이 카카오톡이 업계에서 가진 위상과 힘을 만들어 준, 그리고 그 위상과 힘으로 돈을 벌게 해 준 ‘일등공신’ 입니다.
카카오 이석우 대표는 지난 4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공개 소프트웨어 데이’ 초청강연자로 참석해 “올해 카카오톡의 매출이 2000억원으로 예상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국내 3위 포털사이트(네이트) 업체 SK커뮤니케이션즈의 지난해 매출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메신저 서비스로 돈을 받지 않는 카카오톡 매출의 대부분은 게임업체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라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카카오톡 ‘게임하기’가 모바일 게임의 ‘흥행 공식’ ‘흥행의 지름길’이 된 건 이미 최근의 이슈가 아닙니다. 카카오톡은 업체들의 게임 유통 관련 수익의 21%를 수수료로 받습니다. 안 그래도 수익의 30%를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 등에 지급해야 하는 모바일 게임 업체들은 거기서 또 21%를 카카오톡에 내가며 사업을 합니다. 수수료가 높다고 아우성이면서도 카카오톡에 자신들이 만든 게임을 얹지 못해 난리입니다.
이처럼 카카오톡이 ‘엘도라도’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수천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입니다. 유사한 경쟁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나오는 상황에서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이용자들이 계속해서 있어 줬기 때문에 카카오톡이 이런 수익 모델도 구상할 수 있었고, 당당히 내놓을 수 있었던 겁니다.
9일 통화한 한 모바일 게임 업체 관계자는 “일단 카카오톡은 사용자가 3000만명이 넘기 때문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평소에 게임을 하지 않던, 게임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까지 그 홍보 효과가 대단하다. 그러니까 게임을 만들면 수수료 내가며 거길 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용자들에겐 자격이 있습니다. 물론 정도가 지나친 비방은 안 되겠죠. 하지만 어제까지 멀쩡하게 쓰던 서비스가 되지 않으면 “왜 안 되느냐” “왜 자꾸 오류가 나느냐” “잘 좀 해라” “빨리 복구 안 하고 뭐하느냐”라고 따질 정도의 자격은 충분히 있습니다.
그럼 카카오톡은 어떨까요. 이들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9일 밤에 전화가 걸려온 카카오 관계자는 “예전에는 우리 잘못이 아니었던 억울한 사고도 있었지만 오늘 오류는 고객들께 정말 드릴 말씀이 없다. 우리 잘못이 맞다. 하지만 우리가 공짜라는 이유로 인프라 운영에 소홀한 건 절대 아니다. 그걸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해명했습니다.
물론 카카오톡은 일반 사용자들에게 무료라는 혜택을 유지하면서 바람직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없던 시장을 창출한 훌륭한 기업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이용자들이 있어주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좀 격한 표현이긴 하지만 ‘갑자기 안 돼도 공짜니까 감지덕지하고 쓰자’는 생각, 참 바보 같습니다. 그러지 마세요. 이용자는 따질 자격 있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