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칼날’이 됐다”…‘호봉제 전환’ 국토교통부 단기 근로자의 눈물

“오히려 ‘칼날’이 됐다”…‘호봉제 전환’ 국토교통부 단기 근로자의 눈물

기사승인 2013-12-12 11:52:00
[쿠키 사회] 국토교통부가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의 급여체계를 ‘단가제’에서 ‘호봉제’로 전환하면서 근속연수가 낮은 직원들의 월급의 3분의 1일 줄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토부는 근속연수와 상관없이 같은 급여를 받는다는 근로자들의 불만을 고려해 지난달 20일 급여체계 전환을 결정했지만 오히려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게 됐다는 것이다.

국토부 무기계약직 A씨는 12일 국민일보에 편지를 보내 “급여체계가 이대로 진행되면 가정이 무너진다.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란 말이냐”고 호소했다. 그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 처우개선을 외친 끝에 2014년 1월부터 그토록 염원하던 급여체계가 호봉제로 전환된다”며 “그런데 이 호봉제가 이상하게 설계돼 일부 근로자들을 죽이는 칼날이 됐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국교부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은 그동안 기본급 152만원, 각종 수당 35만원 등 고정액 187만원과 초과 근무수당 40만~50만원 등 세금을 제외하고 21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았다.

하지만 2014년부터 시행될 호봉제는 ‘11호봉’을 급여 187만원(초과근무 수당 제외)에 맞춘 뒤 각 근로자를 근무연수에 해당하는 호봉으로 편입시키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11호봉보다 호봉이 높으면 급여가 오르고, 낮으면 적어진다.

A씨는 “바로 여기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며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근로자들은 급여가 말도 안 되게 깎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1호봉은 119만원, 2호봉은 125만원, 3호봉은 131만원, 4호봉은 138만원으로 기본급이 줄어들고, 기본급 저하로 시급도 낮아져 초과수당도 크게 줄어든다”며 “월 200만원을 받아 힘들게 살아온 가장으로서 급여의 3분의 1을 삭감하면 어떻게 생활하느냐”고 토로했다.

A씨는 “고참들이 더 받는 것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어떤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대한민국 어디도 근로자의 임금을 이렇게 어이없게 삭감하는 곳은 없다. 임금저하 없는 호봉제를 원칙으로 하고 설사 임금이 삭감돼도 보전수당 등을 만들어 억울하게 손해를 보는 사람이 없도록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근로자들의 방패가 돼 줘야 할 노조도 대다수가 장기근속자로 구성돼 ‘단기근속자들이 손해를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호봉제 급여체계가 완전히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호봉제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이 원해서 하는 것”이라며 “근속연수가 낮은 근로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이를 놓고 지금도 노조와 협상을 하고 있다.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로자들이 원하는 호봉제를 도입하면서 월급을 무작정 올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단기근속자들의 우려를 고려해 노조에 개선안을 요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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